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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1주년기획/방송통신③] 단통법 안착…통신시장 경쟁 집토끼 지키기로

채수웅

방송통신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경쟁사의 가입자 빼내기 경쟁은 점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통신사들의 유료방송 시장 진입으로 경쟁은 결합상품이 대세가 됐고 대형 인수합병(M&A) 시도를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한창이다. 미디어 시장은 기존의 서열이 파괴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편성PP와 CJ를 비롯한 대형 PP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1주년 특집으로 급변하고 있는 방송통신 시장에서의 최신 이슈를 점검하고 앞으로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전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통신시장의 경쟁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법 시행 초기 극심한 혼란이 발생, 이동통신 및 휴대폰 시장이 상당기간 냉각됐지만 지금은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존재하고 사업자간 경쟁을 둔화시켰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 단말기유통법은 난장판이었던 이동통신 유통시장 질서를 세우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단말기유통법의 가장 큰 성과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20% 도입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 확대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요금할인 20%에 가입한 소비자는 570만명에 달한다. 보조금을 앞세워 고가의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던 행위도 많이 사라졌다. 중저가 단말기 비중도 확대됐다. 법 시행전(2014년 7~9월) 중저가 단말기 판매비중은 21.5%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에는 35.6%까지 확대됐다. 또한 단말기 출고가격도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단통법으로 조용해진 시장…경쟁퇴보 비판에 직면=하지만 이 같은 단말기유통법의 성과는 반대로 그만큼 시장에서 가입자간 경쟁을 둔화시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보조금이 같다보니 신규 및 번호이동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법 시행전 73.8%를 차지하던 신규·번호이동 가입자 비중은 현재 52.3%까지 떨어졌다. 결합상품 경쟁 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번호이동 가입자 규모는 더 축소될 수 있다. 결합상품 경쟁은 해지방어의 대표적 전략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상반기 중 단말기유통법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지금 현재의 경쟁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내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0% 요금할인과 지원금 상한 조정은 이뤄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단말기유통법의 성과와는 별개로 현재의 경쟁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여전히 5:3:2 시장점유율 구도는 깨지지 않고 있고, 단말기유통법으로 인한 집토끼 지키기 전략 강화로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은 오히려 퇴보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열 보조금 경쟁은 옳다고 볼 수 없겠지만 시장에서의 역동성 상실에 따른 경쟁 둔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규이통사 설립·알뜰폰 활성화로 시장 흔들까=때문에 단말기유통법으로 소비자 차별을 없애는데 성공한 정부는 앞으로 경쟁활성화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대 국회가 출범하고 내년 대선정국과 맞물릴 경우 기본료 폐지 등을 중심으로 한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가 거세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가 가진 카드는 많지 않다.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통3사간 자율적 경쟁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수년째 실패를 반복해 온 제4이동통신사 설립과 알뜰폰 시장 활성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사실 두 카드 모두 상황이 애매하다.

신규이통사 설립과 관련한 정책 방향은 올해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그럴싸한 후보군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시 제4이통사 선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령 다시 사업을 추진해도 기대에 부응할 만한 사업자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알뜰폰 활성화가 최선의 방법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전체 이통시장에서의 요금경쟁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마 이통3사와 직접 경쟁하던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에 인수합병 될 운명에 처해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 헬로모바일은 SK를 비롯해 어디로 가더라도 과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통신시장에서 경쟁활성화 방안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꾸려지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새로운 얼굴들이 다수 등장할 예정이다. 새로운 얼굴들이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한 내년 본격화될 대선경쟁 등을 감안할 때 가계통신비 인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이 통신시장의 경쟁환경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남아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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