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실적부진·中 배터리 굴기에 발목
삼성SDI가 주력 사업인 배터리 부문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 강화에 나서 적자 탈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 1분기 실적에서 매출 1조2907억원, 영업손실 7038억원을 기록했다. 큰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7000억원이 넘는 ‘어닝쇼크’는 당초 업계 예상치를 훨씬 웃돈 것이다.
무엇보다 당분간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운 환경이 문제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EV) 시장인 중국이 ‘규범조건’이란 규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 골치다. 이 규제는 중국이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연계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이 규제를 통과한 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이다.
삼성SDI는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위치한 까오신산업개발구에 연간 약 4만대 분량의 EV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작년 9월부터 가동한 상태다. 현지 버스시장 1위 업체인 위통에 배터리를 공급했으나 올해 1월 중국 정부가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전기버스에 사용되는 삼원계 배터리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따라 시안 공장의 가동률은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SDI는 향후 시장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라인 추가 증설 등 2020년까지 6억달러(약 7100억원)를 투자해 매출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했으나 지금까지 추세라면 달성이 매우 불투명하다. 삼성SDI 조남성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시안 공장의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보조금) 이슈를 빨리 해결해야 공장 가동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안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매 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중대형 전지사업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SDI는 2분기에 중국 시장에서 트럭 등 물류 상용차와 승용차 중심으로 매출을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배터리 굴기 기조가 여전한 상황이라 실적부진을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경쟁사와 비교해 배터리 제조비용이 높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케미칼사업부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한 것도 적자기조가 이어지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중국의 규제를 만족시키려면 8월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유럽 공장 건설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조남성 사장은 “여러 가지 계획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여러 곳의 거점을 보고 있다”는 원론적 답을 내놨다.
한편 시장조사업체인 IHS, B3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14년 220만대에서 2020년 63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높다. 지난 2013년 중국에서 총 1만9000여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8% 증가한 수치다. 2014년에는 전년 대비 400% 이상 증가한 약 8만여대를 기록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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