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대형 모바일게임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매출 순위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언뜻 보면 시장이 활기를 띄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관전자 입장의 감상일 뿐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는 플레이어, 즉 기업 입장에선 더욱 고민이 많아졌다.
지난해 톱스타들을 대거 기용한 모바일게임 광고 바람이 불었다.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이 여러 모바일게임의 얼굴로 활동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개중엔 지금까지 인기를 끄는 게임도 있으나 대부분 반짝 흥행을 기록했다. 그 이후 시장에선 과감한 게임 마케팅이 많이 줄었다.
최근 업체들은 ‘게임을 내놓기가 무섭다’고 말한다. 웬만큼 게임을 만들어 내놔도 시장 진입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사가 내놓은 게임을 보고 ‘이렇게 만들었는데도 안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애기가 들리기도 한다. 작년보다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업계에선 이제 게임 완성도와 흥행에 확신이 없는 한 마케팅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한다.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돈을 쓰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 같고 경쟁작에 밀려 ‘본전치기’도 쉽지 않다는 내부 판단이 서기도 한다. 이럴 경우 업체들은 출시 이후 상황을 봐가면서 게임 띄우기에 나선다. 그러나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는 게임은 극소수다. 일부는 나오자마자 시장에서 잊힌 게임이 되곤 한다.
요즘 나오는 신작을 보면 콘텐츠 완성도 측면에서 훌륭한 게임이 많다. 그런데도 흥행에선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경우 보통 ‘1년 전에 나왔으면 잘 됐을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게임의 성공 요소를 잘 버무리고 그래픽 품질도 끌어올렸지만, 어디서 본 듯한 게임인 탓에 이용자들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나무랄 데 없는 수준에 올라있다. 그러나 콘텐츠에 참신성을 부여하고 이를 재미와 연결시키는 창의적 연구개발에선 번번이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이 시기를 성장통으로 만들려면 업계 내부에서 과감한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 기존 게임을 개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신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경영진의 결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조만간 모바일게임 시장에 빙하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작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음 게임에 투입해야 하는데 이 순환 고리가 끊기면서 기본 체력이 약한 중소 업체들부터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등 외산 게임의 유입도 대단히 위협적이다. 이대로 간다면 올 연말, 내년 초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