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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비전 M&A 불발…양사 미디어 전략 원점으로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동거가 7개여월 만에 끝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결합을 불허함에 따라 SK텔레콤의 플랫폼 전략, CJ그룹의 미디어 전략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방송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이날 공정위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인수합병 발표 이후 7개여월만에 양사의 결합은 없던 일로 마무리됐다.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도 진행되지 않는다. 공정위가 결합 자체를 불허함에 따라 나머지 일정 자체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유료방송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SK의 전략과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는 CJ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됐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생활가치 ▲통합미디어 ▲사물인터넷(IoT) 3개 분야의 플랫폼 육성을 통해 이동통신 성장한계 돌파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미디어 플랫폼과 관련해 유무선 미디어 가입자 1500만 달성을 내걸었다. 미디어 사업 강화를 위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에서 각각 진행하던 미디어 사업도 재정리하는 등 미디어 플랫폼 강화에 주력해왔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가입자 기반 확대를 통한 플랫폼 비즈니스 강화는 물론, 지상파 3사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춘 CJ 콘텐츠와의 전방위적 협력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또한 미디어와 생활가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가능성도 타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단 인수합병 불발로, 단기간 ‘퀀텀점프’는 쉽지 않게됐다.

또한 앞으로 SK텔레콤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지만 인수합병을 전제로 약속한 3200억원의 콘텐츠 펀드 조성도 쉽지 않게 됐다. SK브로드밴드 이인찬 대표는 “합병이 승인 안된다면 투자가 상당히 지연되거나 축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CJ헬로비전 충격은 더 크다. SK텔레콤이야 말 그대로 없던 일 치부하면 될 수도 있겠지만 CJ헬로비전은 피인수 기업으로 사실상 7개여월 동안 경영시스템이 사실상 정지됐었다. 여기에 회사 내부 정보가 SK텔레콤에 발가벗겨지듯 제공됐고 투자실기, 인수합병 추진기간 동안 제대로 된 영업이 이뤄지지 않아 가입자 이탈로 인한 손실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그룹차원에서 플랫폼을 정리하기로 한 마당에 다시 시계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룹에서 위치도 애매모호해졌다.

공정위가 1위가 아닌 다른 사업자간 조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M&A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었지만 단기간에 다시 매각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KT는 미디어 점유율이 33% 제한에 육박해있고 LG유플러스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지도 미지수다. SO간 인수합병 역시 만만치 않다. 매물만 나올 뿐 구매자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5월경만 해도 다른 유선방송사(SO) 인수를 모색하다 그룹 차원에서 플랫폼 사업을 정리하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콘텐츠 사업 경쟁력을 높이려 했는데 그룹 차원의 미디어 전략도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 불발로 직원들의 상실감이 크다”며 “지금은 다른 것 생각할 여력이 없고 기업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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