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SKT-CJ헬로 M&A 무산…공정위 결정 후폭풍 클 듯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유료방송, 알뜰폰 시장에서 심각한 경쟁제한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8일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건을 심사한 결과 이번 기업결합이 유료방송, 이동통신 소매시장 및 도매시장 등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결정으로 7개월간 끌어오던 인수합병 심사도 끝이 났다. 조건부 승인이 아니라 주식취득 및 합병 자체를 금지했기 때문에 또 다른 심사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할일이 없어지게 됐다. 인수합병 심사는 끝났지만 공정위 결정으로 방송통신 시장에는 일대 혼란이 올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시장획정에 대한 논란부터 케이블TV 업계의 퇴로를 막았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쟁점 1 : 유료방송 시장획정, 전국 아닌 지역으로 판단
이번 인수합병의 최대 쟁점은 바로 유료방송 시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였다. IPTV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료방송 시장은 케이블TV 권역 77개로 나뉘어져 관리가 돼왔다. 하지만 전국방송인 위성방송, IPTV가 등장하며 유료방송 진흥 및 규제정책이 지역에서 전국으로 변하는 추세였다. 실제 미래부와 방통위는 IPTV특별법과 방송법으로 나뉘어져 있는 유료방송 규제정책을 통합방송법으로 추진했다.
심지어 공정위조차도 지난 2012년 (사)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공동으로 '다채널 유료방송 시장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현재 77개 SO권역을 광역화 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자신의 권역 뿐 아니라 일정 인접지역까지 방송서비스 공급을 허용해야 한다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사업권 규제를 폐지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는 시장획정을 지역별로 판단했다. 양사의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1위인 21곳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타기관의 정책방향과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향후 관련시장에서의 인수합병 심사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쟁점 2 : 요금인상 가능성 높다?
이번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진영의 대표 논리 중 하나는 경쟁제한성에 따른 후속조치, 즉 요금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의 방송시장의 독점화는 바로 요금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CJ헬로비전은 현재 23개 권역에서 방송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 중 17개 지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인수합병이 이뤄지게 될 경우 해당 지역에서 2위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6.7%p에서 최대 58.8%p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개 지역에서는 새롭게 1위 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공정위는 인수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합병법인이 케이블TV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았다. 결합으로 케이블TV 요금인상을 억제하던 경쟁압력이 크게 약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요금이 10% 인상될 경우 가장 많은 가입자가 SK브로드밴드 IPTV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헬로비전 케이블TV의 가장 가까운 대체재가 SK브로드밴드 IPTV라는 의미다.
하지만 요금인상은 승인조건으로 충분히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남는다. 그동안 공정위는 지역에서 SO가 해당 지역의 다른 SO를 인수해 점유율이 더 올라가는 경우에 대해서도 불허 결정을 내린적이 없다. 요금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간을 설정해 요금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또한 공정위는 CJ헬로비전 가입자가 SK브로드밴드를 선택하는 이유로 자신이 가입하고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요금인상시 CJ헬로비전 가입자는 이동통신 점유율처럼 KT에게 30%, LG유플러스에게 20% 이동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전망이 사실이라면, 상식이 있는 사업자라면 요금을 인상해 절반 가량의 가입자를 경쟁사에게 빼앗기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아울러 방송요금의 인상과 제값받기 사이에서 공정위의 이해와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인수합병하게 되면 케이블TV 요금이 1000~2000원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니 인수합병을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케이블TV는 물론, IPTV도 지나치게 낮은 가입자당매출(ARPU)로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열경쟁, 결합상품에서의 요금할인 경쟁 등으로 방송요금이 지나치게 저가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값을 받아야 콘텐츠 사업자에게 수신료 몫이 커지고 이는 전체 방송시장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부, 방통위에서도 유료방송의 인상이 아닌 제값받기에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쟁점 3 : CJ헬로비전이 독행기업(maverick)?
마지막으로 공정위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시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에서 CJ헬로비전의 위치가 기존 이통사들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독행기업으로 판단했다. 독행기업(maverick)이란 공격적인 경쟁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질서의 파괴자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서 가격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말한다. 즉, CJ헬로비전이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에 넘어가게 되면 경쟁을 주도할 사업자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위는 결합 후 상위 이통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고 1위 사업자와 2위 사업자간 차이가 25% 이상이기 때문에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CJ헬로비전이 아니어도 이통시장은 오래전부터 독과점 시장이었고 SK텔레콤은 오랜기간동안 점유율 50%를 넘겨왔다. 오히려 최근 몇년간 점유율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CJ헬로비전은 높은 평가와 달리 누적적자가 1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독행기업이라는 평가와 달리 CJ헬로비전은 정부로부터 별다른 혜택을 받은 적도 없다. 우체국 판매에서도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통시장 경쟁활성화 측면에서 정부가 CJ헬로비전에 도움을 준 것은 별로 없다. 게다가 SK텔레콤 내부에서는 공정위가 이통시장 점유율을 문제 삼을 경우 해당 사업 매각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다른 알뜰폰 및 기업들이 CJ헬로비전 알뜰폰 부문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금지에 대해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소매시장과 도매시장 등에서의 경쟁제한 폐해와 독과점 구조 고착화를 근원적으로 방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곳곳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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