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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스마트 브랜치', 과연 '미래점포'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박기록

- 상담역 2명 등 직원수 4명 상주....인력 운영은 일반 점포와 유사
- 디지털점포+오프라인점포, 과도기적 모델이지만 경쟁력 예상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신한은행이 지난 1일 원주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에 오픈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는 몇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기존 은행권의 점포 전략 관행을 기본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서는 최소 인원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점포 모델 전략을 고민해왔다. 그런데 이번 신한은행이 선보인 '스마트 브랜치' 모델은 어쩌면 여기에 상당히 부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한다.

그리고 신한은행의 '스마트 브랜치 1호점'는 현재 국내 은행권이 현재 지향하고 있는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채널 전략과 이에 기반한 셀프뱅킹(Self Banking)전략이 어느 정도 오류가 있었음을 반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한은행은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이 기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뒤짚어 생각해보면 현실에선 완전한 형태의 무인점포가 아직은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다른 경쟁 은행들의 미래점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스마트 브랜치' 전략의 진화, 이제 종착점에 왔나

신한은행이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이란 명칭을 썼지만 사실 관계는 좀 정확히 해야 한다. 일단 '스마트 브랜치'는 이미 금융권에서 수년전부터 사용됐던 용어다.

이미 4~5년전 국내 은행권에선 각종 금융자동화 장비와 ICT기반의 뱅킹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 브랜치 모델을 주요 거점 지역에 선보인 바 있다.

물론 당시에 선보인 '스마트 브랜치' 모델들은 대부분 철저하게 실패했다. 비싼 임대료와 고비용 구조, 고객들의 낮은 이용률 등 기본적으로 수익성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겉으론 화려할지 몰라도 셀프뱅킹은 여전히 지금도 은행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로 남겨져 있다. 특히 일부 은행에선 '스마트 브랜치'가 금기어가 될 정도로 내부적으론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 브랜치 트라우마'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신한은행의 이번 '스마트 브랜치' 모델은 몇가지 측면에서 과거 은행권에서 제시됐던 '스마트 브랜치' 전략의 오류를 상당 부분 극복할 가능성이 보인다. 무엇보다 운영전략에 있어 '실속'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스마트 브랜치' 어떻게 운영되나

신한은행의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의 운영방식은 기존 은행권에서 선보였던 것과 비교해 몇가지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다.

먼저, 운영 인력이다. 신한은행의 스마트 브랜치1호점에는 총 4명의 인력이 상주한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상주인원 4명중 2명은 전문 상담역이며, 1명은 입출금 데스크를 맡는다. 그리고 1명은 디지털 키오스크를 비롯한 '스마트 브랜치'의 사용기능을 고객에게 알려주고, 도와주는 역할이다.

기존 은행권의 스마트 브랜치 관념대로라면 의외로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셈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시각에서보면, '기존 스마트 브랜치에 운영인력을 추가시켰다'라기 보다는 '기존 일반 점포 운영인력을 최소화시킨 스마트화 모델을 창출했다'는 것으로 인식된다. 상담역과 입출금 데스크의 배치는 기존 일반 점포의 핵심 레이아웃을 그대로 '스마트 브랜치'로 옮겼기 때문이다. 상담역은 아직 셀프뱅킹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업무를 담당한다.

실제로도 스마트 브랜치 1호점에서 근무하는 상담역과 입출금 데스크 직원의 대고객 근무시간은 일반 점포와 동일하다. 오전 9시~오후4시까지이다. 다만 디지털 키오스크 사용자를 보좌하기위한 운영인력의 근무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한편 비용 구조는 스마트 브랜치의 설치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신한은행이 공개한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의 레이아웃만으로 판단했을때, 기존 '스마트 브랜치'보다는 훨씬 경쟁력있는 비용구조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은행권에서 선보인 '스마트 브랜치'는 시내 요지의 위치한데다 객장의 크기도 일반 객장과 비슷해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

기존의 점포 규모가 테이블 20~30석 규모의 '다방' 수준이었다면 이번 스마트 브랜치는 테이크 아웃 커피점 정도로 사이즈가 줄어든 느낌을 준다.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 운영 전략도 개선

지난해 12월초,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기존 금융실명제를 우회할 수 있는 비대면본인인증 기반의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를 선보였다. 비대면채널 시대에 대응하는 가장 진화된 셀프뱅킹 모델이었다.

하지만 당시 디지털 키오스크가 출시됐을때는 동시에 몇가지 문제점도 엿보였다.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사용등록이나 본인확인을 육성으로 하는 과정에서 본점 콜센터 상담원과의 화상대화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특히 디지털 키오스크가 별도의 독립적인 공간의 확보없이 기존 ATM 부스에 병렬로 설치함으로써 고객의 업무처리시 프라이버시 보호측면에서의 차별화가 아쉬웠다.

당시 신한은행은 "디지털 키오스크의 이용실적으로 봐서 설치 지역을 늘려가겠다"고 밝혔었는데, 실제로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디지털 키오스크는 1개 추가(서울대 편의점내에 설치)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이용자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점에서 이번 '스마트 브랜치'1호점에서 보인 디지털 키오스크의 레이아웃은 이러한 단점을 전략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기 사용과정에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고,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업무처리시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눈에 띤다.

일반 은행업무의 90% 이상을 셀프뱅킹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는 분명 기존 ATM 보다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활용도를 높이지 못하면 셀프뱅킹 수단이 아니라 그저 덩치만 커진 '확장형 ATM'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처럼 운영상의 개선 전략을 찾는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모델로 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권, '미래형 점포' 모델 개발, 속도낼까

좀 놀라운 얘기지만, 사실 이번 신한은행이 선보인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은 20년 전부터 국내 은행권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제기됐던 모델이다. 이를테면 '무인 점포 + 상담및 운영 인력'을 결합한 형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이를 제대로 구현한 곳은 없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일단 셀프뱅킹을 하기에는 너무 기술적인 제약이 많았다. 금융실명제때문에 비대면본인인증도 안되던 시절이고, 전자결재의 법적 효력과 보안에 대해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규정을 따라야했다. 또한 은행으로서는 오프라인 점포가 주는 강력한 장점을 포기하고 굳이 셀프뱅킹으로 전환할 이유도 없었다.

와함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고용불안을 야기시킨다는 이유로 은행 노조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점포가 아예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현실화됐고, 모바일뱅크 서비스와 같은 '손안의 은행'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미래형 점포 전략에 대한 전환 노력은 더욱 가속화돼야할 상황이 됐다.

비록 이번 신한은행의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이 어쩔 수 없이 현실의 한계를 수용한 측면이 있고, '디지털 점포+오프라인 점포'를 결합한 과도기적인 모델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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