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진료에 AI 도입, 국내 첫 시도… 가천대 길병원-IBM 협력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가천대 길병원이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에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한다.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가천대 길병원-한국IBM 기자 간담회에선 의료 진료에 인공지능이 국내 최초로 도입된다는 점에서 우려와 기대감이 어우러진 질의응답이 활발히 이뤄졌다.
◆방대한 자료 검색은 ‘왓슨’, 판단은 ‘의사’=‘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 암센터’에서 학습된 IBM 왓슨 포 온콜로지는 의사들이 근거에 입각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클라우드 기반의 왓슨 포 온콜로지는 방대한 분량의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들이 암환자들에게 데이터에 근거한 개별화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원종 한국IBM 수석 부사장은 “한국어 왓슨 출시를 앞두고 왓슨 헬스케어 분야에서 ‘왓슨 포 온콜로지’를 처음 발표하게 됐다. 왓슨 헬스케어를 통해 방대한 정형, 비정형 데이터 등 근거를 기반으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게 됐고 개인별 맞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정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지난 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4만4000건에 달하는 온콜로지 논문이 의료 학술지에 발표됐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지식은 인간의 능력으로 따라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의사들은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왓슨 포 온콜로지를 이용해 특성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찾기 위해 학습된 데이터에서 유관 임상정보를 신속하게 추출해 낼 수 있게 됐다.
왓슨 포 온콜리지는 30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 교과서를 포함해 거의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료 정보를 이미 학습했다. 의사들은 왓슨을 활용해 전문가 검토가 이루어진 연구결과와 임상 가이드라인 및 전문가 소견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국가 암 발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우리나라에서는 총 25만4952건의 새로운 암진단과 7만5172명의 암환자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 가장 많이 확인된 암 유형은 남자의 경우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갑상선암이며 여자의 경우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1400개 병상을 가진 국내 5위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종양학 전문의들이 매년 5만명의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첫 단계로 ‘왓슨 포 온콜로지’를 유방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및 위암 치료에 도입해 활용할 예정이다.
IBM은 가천대 길병원과 함께 한국 의료 가이드라인 및 언어에 맞춘 현지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천대 길병원 이언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우리 의료진은 항상 환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데이터 기반의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발표되는 최신 연구결과들이 너무 방대해서 이를 모두 따라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왓슨 포 온콜로지는 엄청난 양의 개별화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실제 임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해 제시함으로써 우리 의료진들이 세계 수준의 입증된 의료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가천대 길병원, 10월부터 인공지능 진료 시작=왓슨 포 온콜로지는 태국의 붐룬그라드 국제병원과 인도 마니팔 병원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으며 중국의 항저우 코스니티브케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전역의 21개 병원에서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언 단장은 “최고의 고객만족 병원을 이룩하기 위해 IBM 왓슨을 통해 최고 품질의 진료를 제공하자는 목표로 2년 전부터 추진돼 온 것”이라며 “실질적인 진료는 10월 15일부터 진행할 계획으로 인공지능 암진료 예약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메르켈 IBM 왓슨 헬스 종양학 및 유전학 글로벌 총괄사장은 “가천대 길병원은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와 의료 기술 혁신에서 선도적 위치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며 “왓슨 포 온콜로지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증가하고 있는 암 관련 지식에 좀 더 쉽게 접근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진료를 위해 의사가 10만여건에 해당하는 자료를 일일이 검색해 읽을 수 없다”며 “왓슨은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꼭 필요한 치료 시점에 데이터를 기초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IBM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데이터센터를 통해 가천대 길병원에 제공되며 의사들이 국내에서 필요에 따라 왓슨의 역량에 접근할 수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보관하며 특정 개인을 직접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왓슨에 제공되지 않는다.
한국IBM 김원종 수석 부사장은 “왓슨은 클라우드 모델이다. 지금 현재 왓슨 기본엔진은 미국에 있다. 고객 데이터는 길 병원에 있고 그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엔진을 활용해 최종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천대 길병원은 암진료를 넘어 고혈압, 당뇨 난치성 신결질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가천대학교에서 설립 예정인 가천인공지능기술원과 협력해 다양한 분야로 응용해 나갈 예정이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인공지능 진료는 어디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로버트 메르켈 총괄사장 : IBM 내에서는 코그너티브 컴퓨팅에 인공지능 역량이 녹아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왓슨은 의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기계는 방대한 정보를 소화하는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계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능력이 있다. 의사는 판단력이 있고 딜레마를 해결 할 수 있다.
왓슨의 한국어 이해와 관련해서 해당 지식을 영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학문헌은 영어로 되어 있고 의사들도 영어를 구사한다. 전적으로 한국어로 된 애플리케이션 확대도 가능하기는 하다.
▲국내에서는 왓슨 한국어 서비스를 위해 SK와 협력하고 있는데 국내 서비스 교통정리는 어떻게 되는지.
한국IBM 김원종 수석 부사장 : 왓슨 한국어 서비스는 연내에 첫 서비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어 왓슨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SK는 한국 왓슨 시장의 파트너다. 다만 왓슨은 IBM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이자 서비스다. SK는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다. 우리 입장에선 한국 시장 확장을 위해 고객이 SK를 원하면 같이 협력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구글 알파고와 같이 기존 인식을 벗어난 신의 한수가 진료과정에 제시된다면 이를 의사들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가천대 길병원 이언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 : 뜻하지 않은 신의 한수가 나타나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진료하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보면서 대응을 하면 될 것 같다. 일단 의료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러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가이드라인에 맞춰 하는 결정이 우리나라라고 다를 것은 없다. 국제적인 의료 가이드라인은 우리도 적용된다. 가이드라인에서도 생각하지 못하던 것을 왓슨이 제시한다면 왓슨 자신이 왜 이러한 의견을 내는지 설명하게 된다. 이를 의사들이 판단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정 때문에 통용되지 못하는 ‘약’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병원은 의무기록시스템(EMR)를 모두 재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 EMR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잘 소통할 수 있고 인공지능이 최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의료기반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다음 계획이 될 것이다.
▲의사가 왓슨의 치료 옵션을 신뢰하고 의존할 우려는 없는지?
로버트 메르켈 총괄사장 : 그렇지 않다. UI구성은 의사와 왓슨이 대화하게 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해당 환자 진료에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의사가 확인을 줘야 된다. 이후 왓슨이 제공하는 옵션에 대해 득실을 따져보게 된다. 종양학자와 우리 모두 치료법에 대한 접근은 근거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언 단장 :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알파고의 명령을 사람이 그대로 수행한다. 인공지능 진료에도 이러한 우려는 하고 있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우리는 인공지능 진료에 입각한 레지던트 프로그램부터 다시 짜고 있다. 인공지능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교육을 철저하게 해 나갈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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