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업 IT', 아쉬운 불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국내에 진출해있는 일본계 IT서비스기업의 신사업 담당자에게 현재 육성하고 있는 신사업 말고 또 다른 분야로 무엇을 꼽고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뜻밖에도 ‘농업 IT’였다.
그 당시 담당자는 “농업 IT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본에서도 이미 ‘스마트팜’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 농업은 그동안 IT가 접목되지 않은 대표적 분야인 만큼 적용 분야도 넓다”고 밝혔다.
일반 은행 IT부서에서 근무하다 농협으로 간 한 인사도 “농업에 IT를 접목하면 대단한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IT전문가 관점에서 농협에 와보니 단순한 금융IT 역할 말고도 농업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취지였다.
LG CNS가 새만금 산업단지에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대규모 스마트팜(Smart Farm) 단지를 세우려던 계획을 지난 21일 공식 철회했다.
이 사업은 새만금 산업단지에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76㏊, 23만평) 규모로 가공 및 유통시설, 생산 재배시설 등 스마트 바이오파크를 조성하는 것으로 총 투자액은 3800억원 규모다. 투자자로는 외국계 투자사도 함께 참여한다.
하지만 LG CNS측은 “기존의 해외 투자자가 참여해 해외 재배사가 생산을 하는 형태의 새만금 스마트 바이오파크 사업 추진은 농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철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 CNS의 사업 추진이 알려지면서 농업계는 대기업의 농업시장 진출과 외국자본이 들어온다는 점을 문제로 들어 반대해 왔다.
결론적으로 LG CNS가 사업을 철회하면서 2012년 동부팜한농이 추진했던 화성시 수출용 토마토 재배유리 온실 사업에 이어 두 번째 대기업의 농업시장 진출 무산 사업이 됐다.
다만 LG CNS 측은 “(이번 결정이)스마트팜 사업의 전면적인 철회가 아니라, 우리 농민이 주축이 되어 생산을 하고 LG CNS가 스마트팜과 관련된 솔루션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형태의 농민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LG CNS의 사업 보류는 세계적으로 IT와 농업의 결합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이미 세계 농업시장은 자본집약적 대형 사업으로 전환한 지 오래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IT를 활용한 재배기법 효율화와 생산성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기존 사업자와의 상생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라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처가 많은 만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서는 세련된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 IT시장은 기술 업체가 주도하는 시장인 측면이 강하다. IT신기술을 개발, 보유한 IT기업이 기업에 사업을 제안하고 성장을 주도해 가는 모양이다. 시장의 수요가 없었던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IT신기술은 모두 전문기술업체가 만들고 제안하고 시장을 형성한다.
다만 IT밖의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수요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는 경향이 강하다. IT시장의 방법론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그래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번의 실패가 우리나라 농업 IT시장의 발전을 후퇴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요는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최근 만난 중견 IT서비스 업체의 연구센터 소장은 “전봇대 업체도 IT를 접목시키고자 하지만 원하는 기술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찾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농민 중 어딘가에는 IT를 재배 등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분명 있을 것이다. IT업체는 이러한 수요를 적극 발굴하고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솔루션 플랫폼을 갖춰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대형 사업이 시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풀뿌리처럼 기초부터 시장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접근한다면 농업 IT에 대한 농심(農心)도 변화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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