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SA 신임회장의 선임, 그리고 IT서비스 현주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ITSA)가 3년 만에 강진모 아이티센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ITSA의 신임회장 선임은 여려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ITSA 출범 11년 만에 중견기업이 처음으로 회장을 맡았다. 그동안 ITSA 회장직은 SK, LG, 포스코 등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의 CEO가 맡아왔다.
또 3년간의 회장 공석사태가 이제야 종결됐다는 것도 주지할 만하다. 앞서 지난 2013년 정철길(당시 SK C&C 대표) 회장 퇴임 이후 ITSA는 후임자 선정에 난항을 겪어왔다. ITSA의 이러한 부침은 국내 IT서비스시장의 위상 변화와 크게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동안 IT서비스 시장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의 내부 물량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위에서 성장해왔다. 회원사들의 비용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ITSA 입장에선 주력 회원사인 IT서비스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문제는 IT서비스 대기업들이 외형을 불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기업의 공공IT시장 참여제한과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포화, 그리고 그룹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내부물량 감소와 내부거래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눈이 커지면서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의 위상이 크게 축소됐다.
이런 와중에 ITSA에 대한 업계 내부의 불만도 커졌다. IT서비스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협회가 충분히 정부에 전달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한 IT서비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과제를 맡아 수행하는 ITSA가 대기업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 애당초 어려운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IT서비스 대기업이 속한 몇몇 모 그룹이 내우외환를 거쳤다. 그룹 총수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스캔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 IT서비스 계열사들은 외부 활동을 스스로 크게 축소했다.
요약하자면, 그동안 이어진 ITSA 회장직의 공석 사태는 지금까지 열거한 상황의 결과물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지금이라고 크게 나아지지도 않았다. 여전히 IT서비스 대기업은 '몸사리기'에 바쁘다.
결국 ITSA는 대기업 그룹 집단에 속하지 않은 강진모 아이티센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3년 만에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은 정부 공공시장 진출과 업체 간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이 모둔 순탄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 SW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주역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이번 신임 회장 선임을 계기로 ITSA의 대정부 정책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신임회장 선임과 함께 ITSA는 부회장단에 중견 IT서비스 기업을 대거 합류시켰다. 이태하 대우정보시스템 대표, 한정섭 KCC정보통신 대표, 이태규 대보정보통신 대표, 김승기 쌍용정보통신 대표,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대표가 신임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정유성 삼성SDS 대표, 김영섭 LG CNS 대표, 박정호 SK주식회사 대표, 김용욱 한화S&C 대표 등 기존 부회장을 포함해 총 9개 부회장단이 구성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견기업 대표가 회장에 선임된 만큼 이에 대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중견기업을 대거 부회장단으로 영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장의 협회 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도 기존 대기업 중심의 부회장단 구성은 모양새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일부 IT신기술 분야의 IT서비스기업 재진입, 그리고 공공SW 대가산정 등 현안들이 쌓여있다. 그동안 대기업에 밀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중견기업들이 새로 구성된 협회를 통해 어떤 제안을 해 나갈지 관심이다.
무엇보다 침체돼 있는 IT서비스업에 대한 위상을 어떻게 회복시켜 나갈지도 관심이다. IT서비스 대기업들은 이미 자신들을 IT서비스라는 카테고리로 묶는 것에 대해 심드렁한 표정이다. 과거 SI업체라 불리기 싫어 IT서비스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던 이들은 융합 IT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반면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은 여전히 SI를 중심으로 한 시장 개척에 공들이고 있다. 대척점에 서있는 두 진영간 요구사항을 어떻게 조율하고 대응해 나가느냐가 새로운 협회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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