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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실 폐지”…삼성, '컨트롤타워' 전략 바뀌나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윤상호기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폐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청문회)’에 출석해 “미래전략실에 대해 국민과 의원의 부정적 인식이 있으면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국회의원들의 질문에서도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날 TV를 통해 국회 청문회 모습을 숨죽이면서 지켜보던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에 크게 술렁였다.

마침 삼성그룹은 2017년 인사을 앞두고 있는데다 올해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인해 분위기 쇄신을 위한 큰 폭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는 예민한 시점이다. 그룹 주변에선 “생각보다 파장이 클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삼성그룹의 2017년도 인사 및 조직개편이 다소 늦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었는데, 이제는 여기에다 ‘미래전략실 폐지’ 변수까지 얹어진 모양새가 됐다. 삼성그룹은 대체로 매년 12월 초중순에 걸쳐 사장단 및 그룹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또한 형식은 다르지만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내 컨트롤타워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여타 대기업들에게도 삼성의 미래전략실 폐지는 상당한 후폭풍이 될 전망이다. 재계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참고로, 삼성그룹의 역사에서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의 그룹내 역할과 위상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1970년대 일본의 대기업들이 운영한 비서실을 벤치마킹한 고(故) 이병철 회장 시대에는 ‘비서실’이란 이름으로 삼성그룹 전반의 현안을 조율했다. 일사분란하고 효율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조직의 규모는 점차 커졌고 조직의 힘은 막강해 졌다.

당연히 비서실장의 위상도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그룹내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병철 회장 시대에선 소병해 실장, 이어 비서실이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본부(구조본)으로 개편된 이건희 회장 시대에는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그리고 현재 이재용 시대에선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이 그룹내 2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전략실 폐지’... “즉흥적 답변 아니다” = 이날 국회 청문회는 극도로 높은 국민적 관심사 속에 진행됐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폐지’ 발언이 국회의원들의 끈질긴 추궁 과정에서 혹시 즉흥적으로 답변한 것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져볼만하다. 미래전략실은 그렇게 함부로 없앨 수 있는 조직이 아니기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폐지'는 이미 삼성그룹 내에서는 어느 정도 준비됐던 시나리오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을뿐 미래전략실 폐지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복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게 삼성그룹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즉, 이날 이 부회장의 답변이 즉흥적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미래전략실 폐지’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삼성그룹은 본격적인 계열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왔고, 이제는 삼성전자를 분할하는 내용의 지주회사 중심의 개편 작업을 남겨놓고 있다.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을 경우엔 기존의 ‘미래전략실’도 어떤 방식으로든 개편될 수 밖에 없게 된다. 미래전략실의 역할은 앞으로 지주회사로 이관될 것으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계속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축소시킬 것인지 현재로선 쉽게 판단할 수 없다. LG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LG에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미래전략실’ 언제 폐지?.... “당장은 힘들 것” 예상 =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없앤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전략및 기획 관련 의사결정 조직을 없애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업계전문가는 “방향성은 세워졌겠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당장 조직을 없앨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미래전략실이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사안인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분할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지분 7.43%를 가진 삼성생명의 지분 조정을 놓고 여전히 해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난제를 해결하려면 당분간은 미래전략실외에 삼성그룹 내에서 이를 실행할 조직이 없다. 당장 조직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시기적으로 보더라도 미래전략실의 폐지는 2, 3년후의 시나리오로 보는게 자연스럽다. 미래전략실의 폐지는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의 지배구조 완결까지 간 후에 성립될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 방식 한계.... 삼성, 이미 고강도 조직문화 쇄신 착수 = 그동안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자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들면, 미래전략실과 같은 일사분란한 의사결정 체계가 과거에나 통했지 지금의 수평적, 쌍방향 소통 시대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1, 2년간 고전한 이유를 이러한 조직문화의 경직성에서 찾았다.

이러한 지적에 삼성측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왔다. 이미 삼성은 내부적으로 상당한 조직문화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투병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의 문화와 구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내년 3월 부터 적용될 삼성전자의 새 인사제도 도입이 가장 대표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새 인사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부장 과장 사원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은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로 전환한다.

또한 이 부회장 본인이 의전을 파괴하는 등 변화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미래전략실도 지난해부터 규모를 축소하는 등 재편을 예고해왔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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