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사이버 은행털이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얼굴에 복면을 쓰고 무장한 강도들이 은행에 들어가 “꼼짝 마!”를 외치며 돈을 쓸어 담는 모습은 이미 옛날 영화에나 나올만한 일로 변했다. 은행털이는 해커들의 몫이 되고 있다.

수많은 보안업체들은 금융권 대상 사이버공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이버 은행털이를 경고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 보안전문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보안 이슈가 조만간 대두될 것이라는 귀띔을 했다. 인터넷으로 모든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사이버공격 세력이 디도스 공격 등으로 전산망을 마비시키면, 거래 전면 중단뿐 아니라 출금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금융 역사 24년만에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 것과 맞물려 있다. 지난 14일 케이뱅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은행업 본인가를 획득했다. 비대면 금융시대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중적 지지를 얻고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면 보안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은행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개인정보는 공공정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국민 상당수는 정보유출을 수없이 겪어왔다. 지난 2014년에는 카드3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까지 겪었다.

온라인 및 모바일 뱅킹이 편의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금융거래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모습도 보인다.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하루 일과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배우는 직접 창구에서 적금을 들었다. 은행에 가는 이유가 스마트폰을 믿지 못해서라고 했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기우일 뿐일까? 영국 최대 유통기업 테스코가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 ‘테스코 은행’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테스코 은행은 지난달 해킹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버공격자들은 고객 정보 탈취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고객의 은행 예금계좌 2만개에서 돈을 출금했다. 전체 4만여 계좌 중 절반이 피해를 입었다. 가장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 이후 고객에게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스코은행은 웹 뱅킹 거래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인터넷전문은행 초읽기에 들어간 국내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금융IT의 장밋빛 미래가 계속 이어지려면 신뢰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신뢰는 곧 보안이다. 안전하게 돈을 맡겨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외부 공격에도 취약점 없이 금전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져야 한다. 사이버 은행털이로부터 끄떡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돼야 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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