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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CES②] 본격화된 4차 산업혁명…‘먹느냐 먹히느냐’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오는 5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7’의 주요 키워드는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차세대 디스플레이, 스마트홈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를 모두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재빠른 혁신’이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CES는 TV, 영상, 오디오와 같은 전통적인 소비자가전(CE)을 제외하면 당장 시장에 내다팔 제품보다는 콘셉트를 보여주고 플랫폼 구축을 통해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났다.

50주년을 맞은 CES가 지난 몇 년 동안 겪은 변화의 속도만 봐도 그렇다. 2015년부터는 날로 확대되는 전시회 규모와 복잡해지는 각 분야별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크이스트 ▲테크웨스트 ▲테크사우스로 분리해 개최되고 있다. 과거에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를 중심으로 몇몇 주변 호텔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 전체를 골고루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CES를 통해 주목해야할 부분은 디바이스에 녹아든 플랫폼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예고편으로 내보낸 AI 스피커가 대표적이다. 바로 아마존 ‘에코’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에코는 인터넷과의 연결을 통해 각종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뒤적이지 않더라도 각종 정보를 알려주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구글 ‘온허브’와 콘셉트는 다르지만 허브 자체로써의 본질적인 역할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15년부터 ‘대시 버튼(Dash Button)’이라 부르는 사물인터넷(IoT)+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확대시켰다. 휴지나 커피 등 가정에서 자주 쓰는 소비재를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배송시켜준다. 에코와 연동할 경우 음성으로 “휴지를 다 썼으니 주문해줘 알렉사(에코를 부르는 이름, 아마존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면 굳이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일련의 과정이 손쉽게 이뤄진다.

구글, 아마존, MS는 전통적인 디바이스 업체가 아니다. 사실 이런 기능은 TV나 냉장고와 같은 CE 제품에서 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봤지만 대중화에 제대로 성공한 업체는 아직 없다. 오히려 플랫폼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마치 스마트TV를 구입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넷플릭스 콘텐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슷한 경우로 개인용디지털단말기(PDA)와 스마트폰의 경쟁을 꼽을 수 있다. PDA는 PC 기반, 스마트폰은 휴대폰 기반으로 서로 패권을 다퉜지만 애플 아이폰이 아이튠즈, 앱스토어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급격히 균형이 무너졌다. 디바이스 업체는 제품을 잘 만들고 여기에 서비스를 탑재해 서비스를 구축하고 싶었겠지만 전혀 다른 업계 경쟁자(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의 등장으로 단순히 단말기를 만드는 수준으로 지위가 하락했다.

물론 디바이스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조업 차원에서 상향평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 뭔가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금방 경쟁력을 잃어버리기 쉽다. 중국 TV 업체가 빠르게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본은 이런 방법으로 따라잡았다.

스마트카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실 자율주행차 기술력이 당장 제품을 파는데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는 아니다. 반자율주행 기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일부이지 자동차 본연의 핵심은 아니다. 문제는 플랫폼을 잠식당하게 되면 자동차 판매 자체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TV에서는 이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최대 콘텐츠 업체인 러에코(LeTV)는 미국 TV 업체 가운데 하나인 비지오를 인수했다. 그동안 TV 시장에서 무명에 불과했던 이 업체의 등장은 단순히 TV 판매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는 TV를 공짜로 풀고 광고를 의무적으로 보는 방법으로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업체도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종합하면 CES는 서로 협력할지언정 창끝을 겨누지 않았던 업체, 그러니까 이종 업계 사이의 합종연횡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라고 볼 수 있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유연성이 한층 요구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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