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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CES①] 파괴적 혁신, 한계까지 도달한 ‘변곡점’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전 세계 디지털 트렌드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7’이 오는 1월 5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소비자가전(CE) 신제품을 비롯해 2010년부터는 자동차 업체가 대거 참가, 자율주행차와 같은 스마트카 기술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됐다.

CES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PC 중심의 전시회인 컴덱스(COMDEX)가 2000년을 기점으로 몰락하면서부터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1990년대까지는 컴덱스 기조연설을 맡았지만 이후부터는 CES가 앞마당이 됐다. 2008년까지 무려 11번이나 기조연설을 진행했을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업계에서는 CES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2010년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로 전시회는 온갖 제품과 기술이 난무하는 곳으로 변모됐다. 과거 CES가 말 그대로 TV나 콘솔 게임기, 오디오, 액세서리 등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어느 것 하나가 주도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실제로 CES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가전협회(CEA)’는 단체의 명칭을 2016년부터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로 바꿨다. CE→CT로의 변화는 단순히 알파벳 하나가 바뀐 것 이상을 의미한다. 제품이나 분야를 뛰어넘어 기술이 들어간 영역을 모두 포괄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CES의 트렌드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헬스케어 등의 단어로 정의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거대한 실험장이자 다양한 이념과 전략, 그리고 이러한 혼돈 속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내야 격렬한 기술의 흐름에 휘말리지 않는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갈림길=2000년대 중반 이후 CES는 디바이스의 진수를 마음껏 선보였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는 정보의 접근성은 물론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한층 넓혔다. 매년 가속화되는 기술의 홍수 속에서 이제껏 경험치 못했던 혁신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라는 게 이번 CES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다. 말 그대로 변곡점에 도달한 셈이다.

어느 기술이 상용화를 이뤄서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몇몇 업체가 주도하던 시대를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사실 기술이 앞섰다고 해서 시장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가 CES에 참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터쇼가 해당 업체의 철학(미래)을 비춰주는 콘셉트카와 올해 혹은 조만간 시장에 출시할 차량을 보여줬다면, CES는 우리가 만든(구축한) 플랫폼과 서비스가 잘 먹힐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에 더 가깝다. 염탐과 간보기, 아군과 적군을 찾아내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이다.

반대로 전통적인 CE(TV, 가전, 오디오, 영상 등)는 몇 차례 맛본 실패로 위기감이 크다. 스마트 기기로 인해 TV 시청 시간은 줄어들고 카메라 판매량은 곤두박질 쳤다. 브라운관(CRT)에서 액정표시장치(LCD)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같은 평판디스플레이(FPD)로의 진화만큼의 사용자경험(UX)에서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울트라HD(UH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QD), 커브드, HDR은 결국 FPD 수준에서의 변화에 불과하다. 심지어 휘었다 폈다는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벤더블(플렉시블) TV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스마트TV는 헛 똑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데다 이제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와 품질에서 큰 차이를 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 CES는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한 차원 높은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돌돌말아(롤러블) 쓰는 TV이던, 빛의 투과도 조절해 평소에는 인테리어 소품처럼 쓸 수 있는 투명디스플레이 TV이던, 이것도 아니라면 AI와 IoT 및 스마트홈 서비스를 결합한 新스마트TV로의 진화이던 시장과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

결국 체감할 수 있는 혁신, 바꿔 말하면 지금 만나는 미래 수준의 기술과 제품이 나와야 한다. CTA 게리 샤피로 회장도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공상과학(SF)에서 보던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50주년 맞은 이번 CES는 전 세계 150개국에서 16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다인 3800여개 업체가 참가하며 ICT와 CE, 자동차를 넘어 의류, 여행,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파괴와 융합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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