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지름길 선택한 인텔…자율주행차 불확실성 없앨까?
인텔이 13일(현지시간) 153억달러(약 17조55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모빌아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기업 M&A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자율주행차 관련 시장 최고액이다. 인텔 M&A 사례로는 2015년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인 알테라 인수가 176억달러(약 20조1900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표면적으로 모빌아이 인수는 자율주행차 수직계열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차는 온갖 다양한 센서의 집합체이자 모아진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연산장치, 그리고 이를 적절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이미 자동차용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는 인텔은 FPGA로 유연성을 높였고 인지컴퓨팅 업체 샤프란테크놀로지, 영상 기술 업체 리플레이테코놀로지스, 사물인터넷(IoT) 보안과 자율주행시스템 업체 요기테크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더군다나 올해 초에는 노키아에서 분사한 지도 업체인 ‘히어’의 지분 15%까지 사들였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을 위한 컴퓨터 비전, 머신 러닝, 데이터 분석, 지역현지화와 매핑 개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서 있어서 장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쌍용자동차는 모노 카메라 하나에 모빌아이 솔루션만 가지고 수준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해 티볼리에 장착시켰다. 저렴한 가격으로 ADAS를 공급하게 되면서 사용자 만족도는 물론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텔에게 있어서는 자율주행차 시장 공략을 위한 화룡점정이다. 모빌아이와 함께 티어1(1차 협력사) 전장업체 델파이, 그리고 완성차 업체 BMW와 협력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각종 프로젝트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BMW와 함께 40여대의 자율주행차를 미국과 유럽의 실제 도로에서 시범 운용하고 오는 2021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빨라진 M&A, 후유증은 없나=물론 부정적 요소도 존재한다. 모빌아이 인수를 발표하자마자 인텔의 주가는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물론 그 범위가 1%대에 그쳤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009년 이후 사상 최고액이라는 사실은 차지하고서라도 굳이 모빌아이를 품에 안아야 했느냐는 별개로 치는 모양새다.
모빌아이의 기술력은 충분히 검증된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자율주행차를 구현하는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반드시 모빌아이를 써야할 이유가 없다. 테슬라만 하더라도 모빌아이 대신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고 완성차 업체는 티어1이나 전혀 다른 성격의 M&A에 관심이 더 쏠려 있다. 엔비디아처럼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는 업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인텔이 선택한 방법은 결국 지름길이다. 모빌아이와 협력을 지속했고 앞으로 함께 가야할 프로젝트가 많았다는 점에서 M&A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으로 이만한 게 없다.
한편으로는 큰 그림인 ‘성장의 선순환(Virtuous Cycle of Growth)’을 향한 디딤돌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인텔이 만드는 제품을 당연히 써야 한다거나, 인텔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거나, 무조건 정해놓은 길로 다녀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이해당사자와 요소가 궁극적인 목적에 가장 빨리 접근하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그동안 인텔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모두 성공하거나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향성, 바꿔 말하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일본 기업이라면 플랫폼보다는 기술에 집중하겠지만 인텔의 경우는 상황이나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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