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삐걱이는 도시바 매각…WD와 갈등에 ‘시계제로’

조재훈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기업의 도시바 인수를 꺼려하는 일본 정부의 배타적 입장, 더불어 웨스턴디지털(WD)과 도시바의 의견 협상도 난관에 부딪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매각 절차를 놓고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2차 입찰 기한 지연 검토에 들어갔다.

도시바는 지난 3월말 1차 입찰에 응찰한 10개사 중 5곳을 후보로 간추렸다. 2차 입찰은 오는 19일 마감할 예정이었으나 이달 하순으로 연장될 방침이다. 응찰 기업의 자산 평가가 늦어진다면 2차 입찰이 6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바와 WD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WD는 지난 4월 도시바메모리 입찰 과정에서 타사에 대한 매각에 이의를 제기하며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거부권 행사 권리를 합작관계인 우리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도시바에 보냈다.

이에 도시바는 WD가 지난해 미국 샌디스크를 인수할 때도 도시바 동의를 얻지 않았던 만큼 WD에는 매각 거부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달 15일까지 매각방해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답이 없으면 요카이치 공장에서 WD 기술자를 쫓아내겠다고 경고했다. 양측은 수뇌부 회담을 했지만 대립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도시바는 WD가 인수한 샌디스크와 2000년부터 메모리 개발과 생산에 있어 적극 협력해왔다. 도시바 50.1%, WD 49.9%를 출자한 합작 회사는 양사 메모리 사업의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WD의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일본을 방문해 경제산업성 간부를 만나 매각교섭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산업혁신기구와도 협의하며 일본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국민은 도시바의 해외 매각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는 ‘2단계 매각안’도 부상하고 있다. 이는 펀드연합이 우선 인수한 뒤 나중에 제3자에게 이전하는 내용이다. 후지쯔와 후지필름홀딩스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SK하이닉스 인수 성공확률은?=이번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에서는 매각 가격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와 기업, 국민의 정서 파악이 선행돼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일본 정서상 인수합병(M&A)과 같은 부분을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있다”며 “하나의 회사에서 평생 재직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의 주인은 정서를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런 부분을 파악하고 이번 인수전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 최대 패밀리레스토랑인 스카이락, 도미노피자, 일본풍력개발 등에 투자하고 있는 베인캐피털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일본 현지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직접 일본에 다녀오며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룹차원에서도 추가 지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일본 출국에는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과 SK텔레콤 박정호 사장도 합류했다. 특히 박 사장은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 실무를 주도한 인물로 이번 인수전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재훈 기자>cjh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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