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무례한 글로벌 IT기업들, 한국이 만만한가?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모든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통상적으로 각 나라의 규제와 법률에 대한 검토를 거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상식 룰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해당 국가의 법률부터 준수해야 한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국내법을 존중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내 규제를 향해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과 관련해서도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 공공시장 진입을 원한다. 하지만 그럴려면 그에 앞서 '공공기관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국내에 둬야 하고 공통평가기준(CC)인증, 민간 및 공공 데이터의 물리적 분리 등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도 받아들여야 한다.

과연 한국 정부만 글로벌 클라우드업체들에게 유별나게 엄격한 것일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것은 국가 간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규제는 미국, 중국,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강하다.

미국은 엄청나게 클라우드에 자애(?)로울것 같지만 한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미국은 민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자국 내 구축하고 위치제한 및 물리적 분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아마존, MS 등은 국제무기거래규정 및 FedRAMP(Federal Risk and Authority Management Program)에 따라 데이터, 프로그램, 하드웨어를 물리적으로 격리해 설계하고 있다.

또 영국은 공공부문에서 수집·생산·관리되는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권리·자유를 적절한 수준으로 보호하지 않는 유럽연합 이외 제3국으로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공공부문 클라우드 이용 규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직무 관련 데이터는 오직 독일 내에서만 처리돼야 하고 공공부문에서 이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반드시 보안인증을 받아야 한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중국 사이버보안법에서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IT 기업은 데이터를 반드시 중국 내 보관토록 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정부가 요구하면 데이터 암호 해독 정보까지 제공해야 하며, 허가 없이 데이터를 해외에 저장하면 영업정지 및 허가 취소를 당하게 된다.

공공데이터를 지키기 위한 각국의 정책은 한국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국가 간 상호 협의를 통해 동일성 원칙에 입각, 특혜를 모두 주는 방식으로 방안을 조정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클라우드 보안인증 규제가 과도하다고 외치는 것은 결국 기업들의 수익을 위해 일방적 혜택을 달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를 만만히 보는 것이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한국에 투자하지 않고 기존 설비를 통해 영업만 해 매출을 올리고 싶다는 게 본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문제를 단순히 글로벌 기업과 한국 정부 간 논란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에는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클라우드 보안인증 때문에 자국 클라우드 기업이 차별을 받고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FTA 재협상까지 언급했다. 어느 때보다 철저한 논리적 재무장이 필요한 시기다. 이는 클라우드뿐 아니라 보안, 통상, IT까지 맞물려 있는 문제다. 국익과 직결된다. 중차대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ICT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그룹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에 통상문제를 풀어낼 ICT 전문가가 없다고 우려하는데, 언제는 있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할 ICT 전문가가 정부에 없다면 민간에서라도 찾으면된다. 그것이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의 역할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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