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는 안에 두고, 과금은 사용한 만큼만”…한양대의 파격 행보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대학에는 학사, 연구, 행정, 산학협력, 부속기관 등 독특하고 특화된 단위 업무들이 존재합니다. 클라우드를 고려하다보니 기존 시스템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IT장비는 데이터센터에 그대로 두는 대신 과금은 사용한 만큼만 내는 클라우드 모델을 도입하면서 약 65%의 총소유비용(TCO)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 7일 만난 김왕기 한양대학교 정보통신처 부처장<사진>은 현재 진행 중인 ‘한양 클라우드 센터 1단계’ 통합 사업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 반값 등록금 등의 이슈로 최근 대학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한양대 역시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 역시 중복투자를 제거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양대 2개의 캠퍼스(서울, 안산)와 한양여자대학교, 한양사이버대, 한양대 병원 등 재단 내 5개의 시스템을 통합·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최신 IT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검토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IT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한양대 역시 지난해 4월부터 여러 벤더와 대학 실정에 맞는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 작업에 착수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 등 다양한 형태의 IT인프라 운영을 고려하는 와중에, IT장비는 소유하지 않고 기존 데이터센터 내에 두되, 과금은 사용한 만큼만 월 비용을 내는 HPE의 ‘플렉서블 캐퍼시티(Flexible Capacity, 이하 FC)’를 도입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FC는 ‘소유하지 않고 소비한다’는 클라우드 철학이 반영된 HPE의 IT과금모델이다. IT장비를 소유하는 대신 사용한 용량만큼만 비용을 지급하면 된다. 퍼블릭 클라우드의 장점인 민첩성과 경제성을 제공하면서도 온프레미스(내부에 구축된 인프라) IT의 통제권과 성능 등의 이점을 결합시켰다.
HPE 측은 “당장 필요한 IT 용량을 확정하고 매월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며 “ 또, 확장이 필요할 때는 새로운 IT 투자 계획이나 조달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현장에 비치된 예비용량으로 쉽게 용량을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는 별도의 유지보수 계약 체결 없이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양대가 이번 1단계 통합 사업에서 도입한 제품은 HPE의 유닉스 서버 슈퍼돔2와 3PAR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스코의 네트워크 스위치와 x86 서버,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등이다.
이미 유닉스 기반으로 주요 애플리케이션이 설계돼 있다보니 성능이 향상된 동일 장비(슈퍼돔2)를 도입하되, IT자산을 가져가지 않고 클라우드 과금 모델을 택함으로써 리스크를 없앴다. 주요 학사, 행정시스템은 유닉스 기반, 국제어학원이나 생활관 등 일부 단위 업무는 가상화 기반의 x86 서버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FC 모델을 도입한 것은 서버와 스토리지 등 HPE 장비에 국한돼 있다.
이번에 통합한 부분은 한양대 서울과 에리카(안산) 캠퍼스, 한양여대 등의 IT인프라다. 실제 이 과정에서 160여개에 달하는 서버 등을 15~16대로 통합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후화된 장비는 에리카 캠퍼스의 재해복구(DR) 시스템이나 개발시스템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1단계 통합 작업은 오는 8~9월경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 부처장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외하곤, HPE와 같은 과금 모델을 제안하는 곳이 없었다”며 “사실 다른 벤더 한 곳에서 비슷한 모델을 제안했지만, 확장성이나 성능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FC 모델 도입을 통해 가장 효과를 많이 보는 곳은 ‘수강신청’ 등의 학사업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이에 맞춰 최대치로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보통 때는 IT자원 활용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FC모델의 경우, 특정 시점에만 용량을 늘려서 사용하면 된다.
그는 “향후 서버, 스토리지 이외에 보안이나 데이터베이스(DB), 각종 소프트웨어(SW)를 모두 클라우드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강좌 등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인프라 장비와 이 위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결합시켜 한눈에 IT현황을 보여주는 ‘한양클라우드센터 통합관제실’도 구축 중이다. 빅데이터 로그 및 패턴 분석을 통한 시스템 관리를 통해 IT자원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즉시 감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재해복구(DR) 센터로 구축 중인 에리카 캠퍼스에는 경인지역의 ‘클라우드 허브’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리카 캠퍼스 내에 입주해 있는 경기테크노파크(창업지원센터)와 연구소,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IT자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중소기업이나 소자본 창업자, 대학이 함께 크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합대학 중에 이같은 클라우드 방식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우리가 최초일 것”이라며 “IT자산을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는 확실하다. 전체 업무를 클라우드 형태로 전환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양대에 FC모델을 제안한 장정희 한국HPE 테크놀로지 서비스 상무는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전환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지만, 여전히 보안이나 컴플라이언스, 통제권 등의 이슈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FC는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기능을 적용해 기존 인프라를 고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단순히 클라우드 기술 솔루션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IT인프라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바꾼 한양대의 사례는 괄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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