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유영민 장관의 SW TFT 이름이 ‘아직도 왜’인 이유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10곳의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대우정보통신과 롯데정보통신, 마이다스아이티, 포시에스, 비트컴퓨터, 헬스커넥트 등 SI(시스템통합) 업체부터 상용SW, 융합SW·서비스 기업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유 장관은 이날 “사실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수면내시경을 끝내고 와서 정신이 어떨떨하다”면서도 “이 자리가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SW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뿌리 뽑던지 해결이 안되더라도 노출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대선 전 SW산업현장에 몇차례 참석한 적이 있는데, 마치 10년 전에 와 있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대체 왜 아직도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중소SW기업이 제대로 클 수 있게 공공 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제도까지 만들었는데, 왜 여전히 중소SW업체가 어려운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과기정통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한 일은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한 것이다. SW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W 문제해결 TFT’다. 이 TFT의 이름은 ‘아직도 왜’다. 그가 직접 지은 것이다.
유 장관은 LG CNS와 포스코ICT와 같은 대기업 계열 SI업체를 비롯해 국내 SW산업 육성을 책임지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때문에 누구보다 SI와 SW,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국내 IT 현실에 대해 이해도가 깊다.
그는 이날 업체 대표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때론 질문을 던지며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싶어했다. 특히 왜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가 금지됐는데 중소SW는 어려운지, 발주자부터 개발자까지 내려오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이 과연 공정한지, 이 수많은 SW업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랄하게 얘기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는 지난 10년 간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오히려 기이하게 변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SW관련 제도를 보면, 10년 전과 비슷하다”며 “이유는 정부가 심각성을 알지 못하거나, 행정적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그렇다. 공공 개발 SW 저작권 소유권이나 SW 수·발주의 불합리, SW 개발자 처우, 하도급 등 이날 토론에서도 나왔던 수많은 문제는 이미 지난 10년 넘게 개최한 수많은 간담회를 통해 모두 나왔던 것들이다. 해결 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는 “수많은 간담회, SW혁신 관련 미팅에서 국내 SW업계의 거의 모든 문제는 다 나왔고,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도 존재한다”며 “이제 더 이상 100가지 증상 얘기는 하지 말고, 원인 치료를 한가지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치료를 위한 강력한 실행력이다. 그러나 이는 과기정통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와 같이 정부 예산이나 감사기능을 가진 부처의 전폭적인 지지, 그리고 정부의 정보관리책임(CIO) 기관으로서의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
또 한가지, SW업계가 자유로운 경쟁을 펼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인 이카운트의 김신래 대표는 “정부에 바라는 건 오직 단 한가지, 또 다른 SW정책을 만들기보단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이를 저해하는 요소만 제거해 달라”고 말했다.
SW개발자가 대우받고, SW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과기정통부의 새 수장, 이번엔 정말 제대로 SW업계의 적폐를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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