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레진코믹스 ‘범죄와의 전쟁’...'웹툰' 불법사이트 전방위 대응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레진코믹스는 2017년 5가지 핵심 목표에 ‘불법 사이트 대응’을 집어넣었다.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다.

지난 3일, 본지는 강남구에 위치한 레진코믹스 본사에서 정상민 법무실장을 만나 레진코믹스가 불법 사이트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의 만화를 불법 복제해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해 이용자 트래픽을 유발한다. 확보된 트래픽을 기반으로 배너 광고 영업에 들어간다. 광고 역시 도박, 성매매 알선 등 대부분 불법 광고다. 사이트들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형사 고발을 취해도 거주지 불분명으로 수사가 어렵다.

정상민 법무 실장은 “이들은 자신의 사이트가 얼마나 많은 불법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최신작품의 업로드가 빠른지 당당하게 강조해 굉장히 놀랐다”며 “더욱이 위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심각하게 없다. 어떤 불법사이트 운영자는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에 직원을 모집하고 있더라”라는 후일담을 전했다. 해당 운영자는 현재 조사중이다.

정 실장은 “불법 사이트 중 규모가 큰 사이트 10개의 조회수를 합산해 추정해 봤더니 피해액 규모는 수백억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웹툰 플랫폼 산업 전체로 환산하면 수천억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조회수를 과금 코인으로 환산할 경우 추정된 규모다.

물론 조회수가 그대로 매출로 이어지는 않는다. 다만 이용자가 불법 사이트가 아닌 정식 플랫폼으로 유입될 경우 잠재적인 결제 소비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불법 사이트에 대한 레진코믹스의 대응 방식은 크게 3가지다.

◆불법사이트 대응 전담 부서 운영 = 레진코믹스는 3~4명의 상시 인력이 불법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권리침해신고를 통해 게시글이나 사이트를 차단한다.

과정은 이렇다. 1차적으로 저작권보호원에 불법사이트 관련 자료들을 모아 신고를 접수한다. 저작권 보호원에서 심의가 통과되면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명의로 공문이 나온다.

이후 업무 소관이 방송통신위원회 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넘어간다. 방심위의 심의를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게 해당 사이트를 회선에서 차단해달라는 심의 결정서가 전달된다. ISP가 해당 주소를 차단하면 나타나는 결과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워닝(www.warning.or.kr)’ 사이트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 실무상으로 짧게는 1개월, 보통 2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보통 작품의 신규회차가 공개되면 독자들의 유료 결제는 대부분 3, 4일 이내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2달 이후에 해당 사이트가 차단되더라도 이미 불법사이트에서 소비가 이뤄진 상황이 되는 것이다.

상황은 현재 개선 중에 있다. 지난달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문체부에 직접 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입법될 경우 걸리는 시간을 1주일까지 줄일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 방식은 아니다. 사이트 전체 차단이 아니라 해당 콘텐츠가 실린 웹페이지만 차단되기 때문이다. 같은 사이트에 다른 작품의 불법 유출이 있을 때마다 매번 같은 방식을 반복해야 하는 셈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실효성이 낮다. 회선 우회 등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의 수법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구글 검색결과 전문 삭제 업체 선정= 불법 사이트의 유입은 대부분 구글의 검색결과를 통해 이뤄진다. 구글은 웹 크롤링 방식을 모든 웹페이지를 검색해 결과를 내놓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검색결과가 나타나지 않게 하면 상당수의 붋법사이트 노출을 막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수작업을 통해 신고가 진행됐다. 이 방식은 회선 차단 방식과 같은 문제가 있다. 불법 사이트 페이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구글 역시 불법 사이트 자체를 차단하지 않는다. 불법게시물이 올라온 웹페이지의 주소만 검색결과에서 삭제한다.

정 실장은 “인기 작품인 ‘몸에좋은남자’의 경우 한 작품의 불법 사이트 검색 결과가 한 번에 수십개까지 나온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레진코믹스에 게재 중인 웹툰의 숫자는 총 5996편에 달한다. 3~4명의 인원으로 대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레진코믹스는 올해부터 전문 대행사를 선정해 모니터링 업무를 대행시켰다. 독일의 코메소(COMESO)라는 업체다. 이들은 시스템적으로 크롤링 방식을 통해 단기간에 수천, 수만의 게시물을 검색해 신고할 수 있다. 구글과 협력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차단까지 걸리는 시간도 적게 든다.

◆해외저작권진행협회(COA) 출범= 해외에서 발생하는 불법 유출은 대응이 더 어렵다. 각 국가마다 저작권에 대한 법률에 차이가 있고 주관 부서도 다르다. 국내에서는 사이트가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태 자체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가 출범했다. KBS, MBC, SBS, JTBC, 음실련, 음저협, 네이버 등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레진코믹스는 초대 회장사를 맡았다.

정부 주도로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기엔 시간적·비용적 한계가 있다. 이를 인지한 해외에서는 민간단체가 대응을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미국의 MPA, 일본의 CODA가 대표적이다. COA는 이들을 벤치마킹했다.

COA는 모니터링(해외 전문 대행사 선정 및 운영), 교류협력(MPA, CODA 등 해외 유관단체 와 업무 협조 방안 마련), 실태조사(국내 저작권 침해 상황 조사)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사업은 모니터링이다. 방송, 음반, 웹툰 등 각 사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들을 신고할 수 있는 권한 및 업무 절차를 해외 전문 대행사에 공통적으로 위임한다.

정 실장은 “COA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는 설립 절차 등 준비하는 업무가 주가 됐다. 최근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며 “현재 모니터링 업체와 COA 간 협의가 거의 끝났다. 빠르면 수일 중으로 구글에 노출된 대부분의 불법 유출 게시물이 자동 시스템을 통해 삭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두 번째다. 해외에서 불법 복제물 이용자의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 피해액 규모는 얼마인지 파악한다. 정확한 피해액을 추산해 중장기적인 대응 계획을 세우기 위함이다.

이후 해외 CODA 등 해외 저작권 업체와 업무 협력에 들어간다. 정 실장은 “해외 법제도 및 접속을 차단하는 과정은 먼저 작업을 진행한 MPA, CODA 측에서 이미 잘 파악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과 교류협력을 통해 해당 국가에서 한국의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논의하는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불법 사이트 이용자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 정 실장은 웹툰 불법유출에 대해 “불법유출을 막기 위해 많은 대응책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사회적인 인식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웹툰은 아직 유료로 지불하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낮은 편이다. 서비스 초기부터 무료로 제공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이런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독자나 작가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야 정부 부처에서 진행 중인 법안들도 힘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레진코믹스는 불법 유출에 대해 정말 누구보다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나 독자 중 애정이 많으신 분들은 아쉬운 부분이 있으실 것이다”며 “하지만 이제 정말 시작하는 단계고, 어려운 상황에서 그래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사전작업을 해놓은 상태다. 빠른 시일 내에 노력한 결과치가 곧 나올 것이다. 레진코믹스의 노력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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