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내장그래픽 코어의 매력
[디지털데일리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 = 딜라이트닷넷]
인텔이 내장그래픽코어 이름을 ‘HD그래픽스’에서 ‘UHD그래픽스’로 바꿨다. ‘고화질→초고화질’ 시대에 발맞춘 트렌드 전환인 셈이다. 사실 PC와 서버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GPU를 장착하지 않고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쓴다면 자동으로 인텔 내장 그래픽코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을 즐기거나 동영상 편집 등의 작업을 한다면 따로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겠지만 말이다.
PC·서버와 달리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에서는 설계자산(IP) 업체인 ARM 영향력이 크다. 이매지네이션이 따로 GPU IP를 공급한다면, ARM은 스마트 기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아키텍처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과 비슷한 위치라고 보면 된다. 인텔은 칩을 만들어서 공급하고 ARM은 IP만 제공한다는 점에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내장 그래픽코어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486 시절에도 간간이 쓰였지만 대중화화가 이뤄진 것은 펜티엄부터다. SiS(Silicon Integrated Systems)는 값비싼 D램을 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그 결과물이 내장 그래픽코어였다. 그래픽카드도 D램과 같은 메모리를 사용해야 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워낙 메모리 가격이 비싸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졌다. PC 업체도 환영했다. 그래픽카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속아서 제품을 구입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내장 그래픽코어는 별도로 메모리가 없는 대신에 주메모리를 빌려서 쓴다. 가령 16MB의 주메모리가 탑재된 PC라면 1~2MB 정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1990년대 중반 8MB D램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몇 만원은 손해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반도체 양산이 본격화되고 PC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이런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됐다. 지금이야 4~8GB 주메모리가 일반적이니 내장 그래픽코어가 얼마를 사용하더라도 전체 성능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더구나 이전에는 메인보드 칩셋에 내장 그래픽코어가 있었지만 지금은 CPU와 함께 동기화해 작동하니 성능도 한결 좋아졌다. 당연하지만 따로 그래픽카드를 쓴 것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자체 내장 그래픽코어 대신에 AMD에서 GPU를 채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과거 이매지네이션에서 파워VR를 가져와 아톰 CPU에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이매지네이션과 달리 AMD와는 직접적인 경쟁관계라서 실제로 제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앞으로 내장 그래픽코어는 캐시 메모리(S램), 메모리 컨트롤러가 그랬던 것처럼 CPU 내부에서 시스템온칩(SoC)의 일부로 계속해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유럽 최대 반도체 기술 연구소(IMEC)는 CPU, 메모리, 컨트롤러, 각종 입출력(I/O)가 하나의 칩에 적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칩을 아파트처럼 쌓아올려 여러 개의 코어를 하나로 통합하고 메모리는 위쪽에, I/O를 아래쪽에 배치해 3D로 적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결국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딥러닝 등을 구현하기 위한 요소로 GPU가 각광받으면서 내장 그래픽코어도 변화의 물결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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