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창조한 엔비디아…AI로 4차 산업혁명 정조준
“우리가 팹리스 회사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의 시대이고 디바이스와도 관여되어 있다. 엔비디아는 AI 컴퓨팅 기업이며 관련한 솔루션을 프로듀스하고 있다” 엔비디아 아시아태평양(AP)지역 총괄 레이몬드 테(Raymond Teh) 부사장<사진>은 업무차 방한한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엔비디아는 PC의 비디오카드에 3D를 더해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기업이다. 이후 GPU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됐고 이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GPU는 대규모 연산, 특히 부동소수점(FP)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특화되어 있다. 많은 양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며 병렬처리에 최적화되어 있다. GPU의 이런 특성을 잘 이용하면 슈퍼컴퓨터 못지않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AI가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GPU의 역할론이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만든 GPU는 올해 초 화제가 됐던 구글 AI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 바둑 9단과의 대결에서도 176개가 쓰였다. 알파고가 수를 둘 때 최상의 착점을 찾아내는 정책망과 승률이 높은 착점을 찾는 가치망이라는 딥러닝 기술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 부사장은 “AI가 사람을 능가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것이 계기가 됐다. 과거의 AI는 콘셉트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다르다”며 “엔비디아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플랫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개발자도구 등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며 세상을 바꾸는 AI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모던 AI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엔비디아에게 있어 PC 산업은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는 새로운 진화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게임과 같은 고성능 3D가 필요한 분야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항상 언덕 너머에 있기 마련이다. 가상현실(VR)도 마찬가지여서 원활한 사용자경험(UX)을 위해서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넘어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시장 자체도 여전히 초기단계이고 가격도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AI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분야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단순히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서서 가지고 있는 근원적 기술, 바꿔 말하면 비주얼 컴퓨팅을 가능케 한 원초적인 목표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테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엔터프라이즈 분야에 진출한지 2~3년에 불과하지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 분야에서만 전 세계 거둬들인 수익의 25%가 발생했다”며 “단기적으로도 수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컨슈머 산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GPU로 시작했지만 인프라스트럭처에까지 기술적 진보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엔비디아는 국내에서도 주요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과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GPU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기능이 무궁무진해서다. 자율주행차는 물론이거니와 초기 설계 단계에서 자동차나 건물, 구조물 등의 내부를 VR로 구현해 존재하지 않은 곳을 미리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날씨나 조명,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에 따라 어떻게 모습이 바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테 부사장은 “한국은 디자인과 공학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딥러닝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여러 한국 기업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혁신을 가속화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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