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名品 SSD, 삼성전자 ‘T5’…외장형 스토리지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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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삼성전자 ‘T5’는 현존하는 가장 세련된 외장형 보조저장장치다. 이 등급에서 수많은 경쟁자가 있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매력을 뽐내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고민, 성능과 신뢰성, 그리고 외장형 보조저장장치에 대한 본질적인 요소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복잡한 배경 설명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삼성전자는 멀티레벨셀(MLC·2비트) 시대를 트리플레벨셀(TLC·3비트)로 이동시킨 장본인이다. 낸드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때 TLC는 쳐다봐서도, MLC와 감히 비교해서도, 구입하면 무엇인가 불안한 느낌을 주는 단어였지만 이런 고정관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제품인 올플래시 스토리지가 삼성전자 TLC 낸드플래시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은 끝났다.
T5는 첫 64단 3D 낸드(V낸드)를 사용한 제품이다. 기존 ‘T3’에 48단 V낸드가 쓰였고 SSD 대중화의 초석을 다졌다면, T5의 역할은 한 마디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맞먹는 용량의 확보다. 2016년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SSD 매출의 80%가 TLC 기반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용량 대비 가격에 있어서도 변곡점을 지났다. 128GB SSD가 500GB HDD와 가격이 같아졌기 때문이다. 2018년 이전까지 256GB SSD는 1TB HDD, 2020년에는 512GB SSD가 1TB HDD와 같은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다.
◆T3의 개선버전 성격, 라인업 더 늘어났으면=돌아와서 T5 이야기를 해보겠다. 놀랍게도 크기와 무게가 T3(74×57.3 ×10.5mm, 51g)와 완전히 같다. 여기에서 개발진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2015년 포터블 SSD 첫 모델인 ‘T1’이 나왔을 때 삼성전자는 뜻밖의 소비자 반응을 읽었다. 너무 가볍고 작았다는 것. 마치 TV가 너무 얇으면 부러질 것 같은 느낌과 비슷했다. 그래서 T3부터는 오히려 크기를 키우고 무게를 늘렸다. 재질도 플라스틱에서 알루미늄과 같은 메탈로 바꿨다. T5는 이런 사용자경험(UX)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크기와 무게는 그대로지만 내부는 싹 달라졌다. USB-C와 함께 USB 3.1 2세대를 지원해 최대 데이터 전송속도가 10Gbps에 달한다. T3는 5Gbps가 한계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낸드플래시는 48단 V낸드에서 64단 V낸드가 탑재됐고 이에 따라 컨트롤러 종류도 달라졌다.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는 아래에서 따로 설명하겠다.
색상에 변화를 준 것도 변화 가운데 하나다. 250GB, 500GB 모델은 블루(Alluring Blue), 1TB, 2TB 모델의 경우 블랙(Deep Black)을 적용했다. 블루와 블랙은 삼성전자 전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색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식상하다. 조금 더 파격적으로 레드, 옐로우, 그린, 퍼플, 핑크 등의 색상을 적용했다면 어떨까 싶다. 제조사에 관계없이 SSD 색상이 천편일률적인 구석이 있어서 재미가 없다.
간단하게 성능을 살펴보기 위해 널리 쓰이는 ‘크리스털 디스크 마크’를 썼다. 테스트 시스템은 삼성저자 노트북9(윈도10, 코어i3, 8GB 메모리)이다. 3번 테스트해 평균치를 냈다. 그 결과 순차 읽기는 433.6MB/s, 쓰기는 432.6MB/s가 나왔다. 작은 파일(4KB) 읽기는 376.7MB/s, 쓰기는 364.7MB/s로 측정됐다. T3와 비교했을 때 획기적으로 빨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인터페이스의 한계일 수 있고 USB-C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만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잠재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어떤 제품이라도 단점은 있다. T5도 마찬가지다. 사실 단점이라기보다는 건의사항에 가깝다. 첫 번째는 개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색상은 차치하고서라도 파우치가 하나 들어 있었다면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을 것이다. 가죽이라면 더 좋고 갤럭시S8처럼 방수·방진 모델이 별도로 존재한다면 좋겠다. 다양한 라인업에 대한 요구다.
두 번째는 가격. 아직 T5는 시중에 물건이 풀리지 않았지만 T3 나왔을 때처럼 아직까지 HDD보다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사실 인터넷 최저가로 T3 250GB 모델을 10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어서 T5가 비싸다면 차선책으로 고려해 볼 수 있겠다. 그래도 HDD보다 여전히 비싸지만 가격 차이를 압도하고도 남는 성능을 보여주므로 솔직히 하나도 안 아깝다.
결론을 내보면, T5는 T3의 결정판으로 평가할 수 있다. T3가 그만큼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발진에게는 미안하지만 T5는 T3보다 야근을 덜 한 것 같다. 혹시 T5의 파생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출시됐으면 좋겠다. 이보다 더 좋은 SSD를 찾아보기도 어렵고 마침 포터블 SSD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그렇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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