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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800MHz 주파수 이행평가…KT, 2610억 날릴판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KT의 800MHz 주파수를 회수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의 제재 수위에 따라 KT는 주파수 경매대가 2610억원을 통째로 날릴 위기에 놓였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이용계획에 맞춰 투자 등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 중이다. 연말까지 이행계획에 대한 평가를 내릴 예정이다.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KT가 2011년 할당받은 10MHz폭의 800MHz 대역이다. KT는 2011년 주파수 경매에서 2610억원에 10년간 이용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낙찰 받은 이후 투자는 제로다. 단 한 곳의 기지국도 세우지 않았다.

정부는 3년차 점검에서 KT에 투자이행 경고를 진행했다. 올해는 5년차 점검이다. 남은 기간 KT가 이행계획을 이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더 이상의 경고는 없다. 할당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페널티가 부과된다. 기간단축, 더 나아가 할당취소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고 할당취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할당이 취소돼도 주파수 대가는 전파법상 모두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페널티 수준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행점검 평가위원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쟁점은 KT의 투자 미이행이 전적으로 사업자 귀책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된 800MHz 주파수는 사실 2011년 경매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2.1GHz와 1.8GHz가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사업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곳이었다. 즉 한 통신사는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장 인기가 높았던 2.1GHz 대역에 LG유플러스만 입찰하도록 배려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과 KT는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자금력에서 열세인 KT는 방안을 강구했다. KT는 전통의 황금주파수 대역 800MHz 경매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KT파워텔이 희생양이 됐다. 방통위는 KT 자회사 KT파워텔이 무전기용으로 사용하던 대역 14MHz 중 10MHz만 재할당하고 4MHz를 회수하고 흩어져 있던 주파수를 합쳐 10MHz폭을 만들어냈다.

KT가 제살을 깎으면서까지 800MHz를 만들어 낸 이유는 SK텔레콤이 800MHz 대역을 가져가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미 900MHz 저대역 주파수를 가진 KT는 10MHz폭에 불과한 협대역 주파수를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

반면, 해당 대역은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30MHz폭 앞에 위치해있었다. 다만, 인접대역이 2G 용도로 이용되다 보니 SK텔레콤도 선뜻 나서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800MHz 대역을 가져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장의 트래픽 해소가 필요했던 SK텔레콤은 KT와 치열한 경쟁 끝에 1.8GHz를 가져갔다.

결국 KT가 800MHz를 가져갔다. 최악의 결과였다. 혼간섭 때문에 주파수 통합전송(CA, Career Aggregation)을 적용할 수 없는 협대역 800MHz는 결국 투자실적 ‘제로’라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전후 상황을 감안할 때 주파수 부족상황에서 KT가 나름의 자구책을 만들어내려 했다는 점에서 온전히 KT의 귀책사유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당시 방통위가 3사가 가져갈 수 있을 만큼의 주파수를 경매에 내놓지 않은 점을 비롯해 인기가 높았던 2.1GHz 대역을 LG유플러스만 입찰 가능하게 설계해 사업자의 무한경쟁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무한경쟁을 우려하며 활용가능한 신규 주파수 발굴 후 경매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가 주파수통합전송(CA) 기술 핑계를 대고 있지만 당시 경매에서는 CA에 대한 구체적 개념도 없었다"며 "채널 확보 차원에서 경쟁해 가져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사건 이후 정부는 주파수 선호도 차이는 있어도 어느 한 사업자가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는 방지할 수 있도록 경매를 설계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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