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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과 무관한 인공지능(AI) 테마주 난립…주가는 제각각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올해 우리 병원도 유명 글로벌 회사의 인공지능(AI)을 도입하려다가 취소했어요. 상용화될 만큼의 수준이 아직 못 된다는 판단에서죠.”

소위 국내 4대 병원 중 하나인 국내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 및 병원들이 잇달아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좀 생뚱맞은 반응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여전히 이런 얘기가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국내 병원에서는 도입된 인공지능과 관련, 업계 일각에선 ‘베타버전을 돈 주고 쓰는 식’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나온 후, 인공지능을 끼워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뜸했다.

유명한 글로벌 벤더사의 인공지능 수준이 아직 상용화될 수준이 안 된다면 국내 그 많은 인공지능 테마주는 그럼 뭐란 말인가. 물론 주가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먹고 사는 탐욕의 괴물이다. 지금은 별볼일 없더라도 미래 가치를 인정받으면 반응하고, 비슷하게라도 생겼다면 사돈의 팔촌까지 끌어다 테마에 포함시킨다.

최근 국내 인공지능 관련주(테마주)로 불리는 코스닥 상장사들을 한 번 살펴보자. 정작 인공지능 기술력을 제대로 확보한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술 외적인 이슈로 주가가 뛰었던 경우는 많지만, 정작 인공지능 자체 기술이 부각된 종목은 찾기 어렵다.

인공지능 테마주로 불리는 코스닥 상장사 큐렉소(대표 이재준)는 올해 3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주가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3월 5000원대에서 올해 9월 현재 1만5000원대로 올라섰다. 큐렉소는 인공관절수술로봇 및 로보닥 등의 의료용 로봇을 제조한다. 최근엔 현대중공업의 의료 로봇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의료용 로봇보다는 음료 및 라면의 원재료를 구매해 보관 판매하는 무역사업이 매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영위하는 로봇 사업도 인공지능 보다는 그냥 메카닉에 의한 '산업용 로봇' 분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테마주로 엮일 만큼 딥러닝과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는 아니란 뜻이다. 회사 측도 인공지능보다는 로봇이나 헬스‧바이오 관련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공지능 테마주로 언급되는 업체들은 대체로 단순 산업용‧제조용 로봇 업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일천하기때문에 당연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결합해서 상용화가는 과정은 앞으로의 숙제일뿐 기존의 성과는 아니다.

인공지능 테마주로 분류되는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인포마크(대표 최혁)도 8월 말 이후 주가가 1만7000원대에서 2만7000원까지 급등했다. 주가는 9월 21일엔 전일 대비 11.91% 하락하는 등 최근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인공지능 테마주로 치부되고 있다.

인포마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키즈폰)와 모바일 라우터 제조가 현재 주력사업이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용한 장난감인 스마트토이 사업과, 음성인식 및 검색 등 기능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스피커 단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주가 상승은 일본 회사인 소프트뱅크과 관련이 높다. 소프트뱅크 관련 펀드가 인포마크 지분을 21%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인공지능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인포마크의 주력인 키즈폰과 모바일 라우터 매출액 비중은 최근 3년간 전체 매출액의 90%가 넘는다. 아직은 기존 주력 사업과 인공지능과는 관련이 없다.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디에스티로봇(대표 천징, 최명규)과 로보스타(대표 김정호) 주가는 최근 잠시 하락 중이지만, 이 역시 올해 들어 2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디에스티로봇은 올해 3월부터 1500원대에서 3000원대로 2배 이상 올랐다가, 5월 말 이후 2200원~24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로보스타는 작년 말 1만1000원대에서 올해 7월 2만3000원 수준까지 상승했었다. 산업용 로봇이 매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오른 경우다.

인공지능 테마로 묶인다고 해서 다 주가가 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인공지능 테마주도 있다.

청소기 로봇 및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유진로봇(대표 신경철), 금속공작기계 및 산업용 로봇 제작업체인 맥스로텍(대표 김인환), 딥러닝 기반의 음성인식 등 기술을 보유한 셀바스AI(대표 곽민철, 김경남), 인공지능 부품인 마이크로 콘트롤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이디칩스(대표 김미선) 등은 작년이나 올초 대비 현재 40%~70% 가량 떨어졌다.

이들 업체도 산업용 로봇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거나, 아직 인공지능 관련 매출이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작년 9월 상호명에 ‘AI’를 넣으며 인공지능 사업 중심으로의 변화를 다짐한 셀바스AI는, 예측 플랫폼 '셀비 프리딕션(Selvy Prediction)'을 기반으로 스마트 디바이스, 메디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분야 매출 비중은 올 상반기 17.51%에 불과하다. 의료진단기기와 보조공학기기 매출이 60% 수준이다.

한편 인공지능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업체들도 마냥 좋지는 않은 심정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 소프트웨어업체 관계자는 “이름을 알리는 데는 4차 산업혁명 이슈가 큰 도움이 된다”면서도 “테마주로 편성이 돼도 주도주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테마주가 꺾일 때는 그간 올랐던 것 보다 하락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적이나 본질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이슈화된 테마로 편승해 올라가면 결국 주가가 더 많이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각종 테마주가 범람하는 시점에, 투자자들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말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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