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찾은 도시바메모리…남은 과제와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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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의 원자력 발전소 사업 몰락과 회계부정으로 촉발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도시바메모리, TMC) 매각 계약에 도장이 찍혔다. 예상대로 베인캐피털 주도로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SK하이닉스, 미국 IT 기업 4개사(애플, 델, 씨게이트, 킹스턴) 등이 합쳐진 한미일(韓美日) 연합이 새로운 주인이 됐다. 이달 21일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겠다고 결의안을 발표한 이후 딱 일주일만이다.
투입된 자금을 보면 일본 장비 업체인 호야를 제외하고 특정 주체에 쏠림 없이 골고루 퍼진 모양새다. 도시바가 3505억엔(약 3조5600억원), 베인캐피털이 2120억엔(약 2조1500억원), SK하이닉스는 3950억엔(약 4조원)을 낸다. 애플, 킹스톤, 씨게이트, 델 등 미국 4개 업체의 4155억엔(약 4조2300억원)과 함께 일본 금융기관과 은행이 6000억엔(약 6조1000억원), 그리고 호야가 270억엔(약 27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융자(대출) 형태로 참여하는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 동안 도시바메모리나,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해 설립되는 특수목적법인(SPC) ‘판게아(Pangea)’의 의결권 지분 15%를 넘겨서 보유할 수 없다. 더불어 기밀정보에 대한 접근도 차단된다. 이는 각국의 반독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있으나 도시바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게 손은 벌리되 적정선 이상은 허용치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도시바는 양다리 전술을 펴며 웨스턴디지털(WD)와 한미일 연합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했다. 실제로 얻어낸 것이 많다. 한미일 연합에서는 WD와의 소송에 필요한 자금과 함께 별도의 연구개발(R&D) 비용까지 부담하기로 했다. WD로부터는 소송 취하와 함께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조건을 이끌어냈다. 최종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더 달콤했던 한미일 연합이 승리하게 됐다.
국내 관심사는 단연 SK하이닉스다. 대출의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통해 판게아(Pangea, 특수목적법인명)나 도시바메모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지만 15%가 한계다. 기밀정보에 대한 혜택도 얻을 수 없다. 이는 연구개발(R&D)에 필요한 기술뿐 아니라 경영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SK하이닉스에 당장 ‘이득’은 없다=당초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막판까지 ▲도시바메모리 평가액 ▲고객사를 고용 확보의 관점을 포함한 메모리 사업에 끼치는 영향 ▲각국의 반독점 심사 통과 ▲정부 기관의 승인 ▲2018년 3월까지 매각 완료가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에게 씌워진 족쇄는 경쟁사를 견제하면서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최대한 매각 작업을 앞당기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다. 도시바메모리 최종 매각이 내년 3월로 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각국의 반독점 심사와 실무에만 6~9개월이 필요하다. 당연히 인수에 실패한 WD는 갖은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이 과정이 지루하게 전개되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돌고 돌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본질적으로 알토란같은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어떨까. 4조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된다고 밝혔으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5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6조원 정도를 설비투자(CAPEX)에 썼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는 7조원이 넘겠지만 도시바메모리에 들어가는 돈은 과거 워크아웃 시절 집행했던 투자의 두 배에 달한다.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실익은 크지 않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상장 시 자본 이득이 예상된다고 밝혔으나 시간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낸드플래시 물량을 받거나 기술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지도 않다. 여기에 협상 막판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애플, 델, 킹스턴, 씨게이트)가 얽히면서 사공이 많아졌고 그만큼 변수가 복잡해졌다. 일각에서 도시바메모리에 사용할 자금으로 R&D나 국내에 팹(Fab)을 더 건설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거래로 SK하이닉스 실적에 영향을 끼칠만한 긍정적 요소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물론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으니 도시바메모리가 상장되고 난 이후에 상황이 바뀔 수도 있겠다”며 “펀더멘탈(경제기초) 변수에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지금 당장 성적표가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도시바는 다음달 24일 임시주총을 열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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