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퀄컴 M&A…‘통신 반도체 공룡’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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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브로드컴이 퀄컴을 1000억달러(약 111조5500억원)에 인수합병(M&A)을 제안했다는 소식에 업계가 들썩이는 모양새다. 양사는 그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이르면 이번 주 실무를 위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브로드컴은 아바고테크놀로지스(아바고)가 2015년 370억달러(약 41조3500억원)를 주고 M&A한 기업이다. 아바고는 생각보다 역사가 긴 기업으로 1961년 휴렛팩커드(HP)의 반도체 사업부가 모태다. 이후 1999년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에 흡수됐다가 2005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와 같은 미국 투자펀드에 인수됐으며 LSI, PLX테크놀로지, 에뮬렉스, 브로드컴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아바고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호크 E.탄(말레이시아계 미국인)<사진 아래>은 엔지니어가 아닌 재무 전문가다. 제너럴모터스(GM), 펩시콜라에서 재무담당을 맡았으며 첫 반도체 업계에 발을 들인 1992년 코모도어에서도 파이낸스 총괄이었다. 그가 첫 CEO에 오른 것은 인터그레이티드 서킷 시스템즈(ICS)이었으며 아바고 CEO는 2006년, M&A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팔보니아 CEO도 역임했다. 회계, 금융, M&A에 있어서 오랫동안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봐야 한다.
최근 호크 E.탄 CEO는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드컴이 싱가포르(아바고 본사 위치)에서 미국으로 본사를 옮길 것이라 밝혔다. 1991년 창업한 브로드컴은 처음부터 미국 기업이었으며 아바고에 흡수되면서 브로드컴 유한회사(브로드컴리미티드 컴퍼니)로 이름을 바꿨다. 정리하면 브로드컴 유한회사가 지주사고 브로드컴, 아바고를 거느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호크 E.탄 CEO에게 있어 퀄컴 M&A는 유무선 통신 전체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아바고는 이미 광통신, 발광다이오드(LED), 무선통신(RF), 마이크로웨이브, 전력 증폭 분야의 강자다. 애플 아이폰은 물론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도 거의 필수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터치스크린, 무선충전, 무선랜 시스템온칩(SoC)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퀄컴이 곁들여질 경우 프리스케일을 삼킨 NXP까지 더해 반도체 업계에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진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과 D램, 낸드플래시 정도의 칩만 추가로 붙이면 될 정도다.
◆M&A 없더라도 퀄컴 현실 그대로 반영=이론적으로 브로드컴과 퀄컴의 합병은 무척 이상적인 사업을 구축할 수 있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선 호크 E.탄 CEO가 백악관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200억달러(약 22조3100억원)이 매출이 더 발생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장치산업이나 제조업 차원에서의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부분은 팹리스 영역이고 위탁생산(파운드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M&A 과정에 있는 브로케이드가 제조업에 차원에서의 고용은 가능하지만 규제당국의 심사가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당국과 경쟁사의 견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퀄컴도 마찬가지다. 반독점, 설계자산(IP), 특허를 남용했다고 공격받기 일쑤다. 브로케이드 M&A도 여의치 않은데 덩치가 비교도 되지 않는 퀄컴과의 합병은 가시밭길이다. 일각에서는 애플 등 고객사의 우회지원으로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고객사가 애플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몇몇 기업 때문에 정부가 전면적으로 나선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퀄컴 투자자 사이에서 반도체와 IP를 담당하는 라이선스 법인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갈수록 빡빡해지는 반도체 시장의 경쟁, 규제당국의 견제 등이 영향을 끼쳤다. 쉽게 말해 퀄컴의 시장지배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여의치 않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브로드컴의 퀄컴 M&A는 난관이 너무나 많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폐합은 피할 수 없기도 하다”며 “M&A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퀄컴은 이 사건 자체로 이전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어서 고민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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