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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통신사, 단말기 완전자급제 '블러핑'인가 아닌가

윤상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급제는 휴대폰과 통신서비스 판매를 분리하는 제도다. 단말기는 단말기대로 구입하고 통신서비스는 통신서비스대로 가입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 2012년 5월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소비자는 통신사 대리점 또는 판매점에서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같이 구매한다. 완전자급제는 통신사 대리점 또는 판매점에서 단말기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제도. 통신사와 관계사는 휴대폰 유통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완전자급제 시행을 주장하는 쪽은 이 제도가 휴대폰 가격과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조사가 직접 유통을 하면 가격경쟁이 활발해져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다. 통신사는 단말기를 미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돼 요금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판단도 들어있다. 또 지원금 등 마케팅비가 줄어 통신비 인하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녹아있다.

현재 이 제도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곳은 유통업계뿐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삼성전자와 애플 독과점 시장서 가격경쟁은 불가능 ▲단말기 출고가 인하 과대포장 ▲통신사 유통망 관리비용 과대포장 ▲유통망 구조조정에 따른 생존 위협 등을 내세웠다. 즉 출고가 및 통신비 인하 효과 불투명과 현 유통체제 붕괴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했다.

처음 완전자급제 군불을 땐 곳은 통신사다. 가계통신비 증가 책임을 통신사만 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데서 출발했다. 소비자의 통신비 인하 요구는 단말기 할부금을 통신비로 착각해 생겼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다. 각각 구매하도록 하면 소비자의 오해를 풀 수 있고 오해가 풀리면 정부와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압력이 완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10월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SK텔레콤 박정호 대표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단말기와 서비스 콘텐츠 이용료 분리되고 경쟁효과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월30일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KT 황창규 대표는 “좋은 발상으로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유통시장의 갑작스런 변화는 최소화하고 소비자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보완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 권영수 대표는 “시장이 고착화돼있어 완전자급제가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법안 추진에 있어 이해당사자간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살펴보겠다”고 했다.

‘하면 좋은데 부작용이 예상되니 신중하자’라는 태도가 읽힌다. 결국 속내는 하지 말자는 것. 통신사의 진의는 이 논의를 통해 ‘가계통신비 상승=높은 통신비’가 아니라 ‘가계통신비 상승=고가 단말기’라는 인식 전환 유도다. 완전자급제 시행이 아니다.

국내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권한은 사실상 통신사에 있다. 통신사가 제조사에서 제품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어떤 기기를 언제 출시해 얼마나 많은 양을 팔지는 통신사의 몫인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통신사는 제조사보다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 제조사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면 통신사는 이 힘을 잃게 된다.

또 이 힘은 통신사와 통신사 관계사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다.

SK텔레콤이 판매하는 휴대폰은 SK네트웍스가 공급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소비자도 SK텔레콤도 아닌 SK네트웍스에 휴대폰을 판다. 작년 SK네트웍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4576억원과 1700억원이다. 휴대폰을 담당하는 정보통신사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5213억원과 915억원이다. 전체 매출액의 24.5% 영업이익의 53.8%가 휴대폰에서 나왔다. 완전자급제가 되면 이것도 끝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본사가 직접 휴대폰 유통을 한다. 지난 3분기 별도기준 KT와 LG유플러스의 매출액은 각각 4조3120억원과 3조545억원. KT는 이중 16.3%인 7045억원이 상품매출이다. LG유플러스는 이중 22.5%인 6861억원이 단말매출이다. 이익은 따로 공개치 않지만 SK네트웍스를 감안하면 양사도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관계도 깨진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 들어 고전 중이다. 지난 3분기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는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 유독 LG전자의 점유율이 높은 통신사가 LG유플러스다. 지금은 사라진 팬택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 팬택이 LG전자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한편 완전자급제를 시행 중인 국가는 없다. 모든 국가가 자급제와 통신사 유통을 병행한다. 비중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국 일본은 통신사가 강하고 유럽 동남아 등은 자급제가 강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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