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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픈 API 시대③] 오픈 API 혁신의 선결 조건, '수수료 인하'

이상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금융권을 휘두르는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디지털 뱅킹 혁신은 대형 시중은행을 비롯해 증권, 카드, 보험 등 전 금융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T분야의 전문가가 금융사에 대거 영입되는 것도 디지털 혁신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고육지책이다.

이러한 디지털 혁신은 결과적으로 오픈 뱅킹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단계다. 오픈 뱅킹은 금융거래 서비스 제공의 주체가 더 이상 금융사가 아니라 모든 기업에 오픈된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오픈뱅킹에 대한 준비 상황과 시사점 등을 지속적으로 알아볼 계획이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수수료’ 문제다. 수수료는 그동안 금융사의 주요한 수익모델이었다. 송금, 해외송금, 계좌이체 등에 부과된 수수료는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사에 쏠쏠한 수익을 챙겨줬다.

수익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수수료는 은행 등 금융사의 원가구조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부풀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그만큼 수수료는 금융사에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시대에 이러한 수수료 비즈니스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적어도 송금 등 전자금융거래를 제공하는데서 얻는 수수료에 대해선 금융 환경이 변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오픈한 카카오뱅크는 해외 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춰 충격을 줬다. 5000달러 이하 송금시 총 비용은 5000원, 5000달러 초과시에는 1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5000달러를 송금할 경우 최종적으로 5만~6만원, 모바일앱을 이용할 경우 4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비해 1/10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충격에 시중은행도 저마다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동안 짭짤한 수익을 걷어왔던 해외송금 수수료 시장도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은행 입장에선 매력이 사라지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편의성은 물론 저렴한 수수료로 오히려 해외송금 시장 크기가 커지게 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오픈 API가 국내 금융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수수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은행공동 오픈플랫폼의 경우 API 수수료로 건당 약 5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핀테크 기업이 오픈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계좌관련 API를 이용할 경우, 출금·입금 건당 400~5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오픈 API를 통한 금융서비스의 개방 및 시장 활성화란 측면에서 500원이란 수수료는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 핀테크 스타트업계의 입장이다. 적어도 유럽(EU)의 PSD2 API 지침에서 규정한 수수료 비중 정도로 낮춰야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유럽 PSD2 지침에선 은행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은행이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 비율을 아예 규정해버렸다. 은행은 API 공개를 통해 건당 0.2-0.3%만의 수수료만을 부과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수수료율을 아예 규제로 제한을 둬 버린 것”이라며 “금융서비스 공급자가 시장에 다수 생기게 하려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은행으로선 수수료를 진입장벽으로 써먹을 수 있었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막으면서 시장이 개방되는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오픈 API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결제원의 오픈 API 플랫폼 수수료율은 오픈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은행권이 협의해 산정한 것으로 그 자체가 시장 활성화보다는 스타트업의 금융 시장 진입을 저해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400원, 500원이라는 수수료율이 책정된 것에 대해 은행들이 신뢰할만한 수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럽처럼 20원, 30원 정도로 건 당 수수료를 떨어뜨려야 진정한 의미의 오픈 플랫폼이 현실화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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