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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갈 필요 없어요’ 진화하는 독서실 산업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노량진은 공시족(공무원시험 수험생)에겐 성지나 마찬가지다. 각종 계열 공무원시험 학원이 몰려있고 고시원과 원룸, 식당, 독서실, 스터디룸 등 수험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된 현재도 지방에서 일부러 노량진으로 올라오는 이유다.

공무원시험 강의 ‘공단기’로 유명한 에듀테크 기업 에스티유니타스(대표 윤성혁 이정진)는 최근 노량진에 가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공무원시험 전용 프리미엄 독서실 사업을 확장 중이다.

에스티유니타스가 지난 9월 말 출범시킨 ‘커넥츠 스터디센터’는 현재 서울 강남점을 비롯해 천안, 대구, 전주 등 전국 6개 지점이 운영 중이다. 15일 신촌점이 추가로 오픈한다.


노량진 학원은 새벽부터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뒷자리에 앉으면 강사와 거리가 너무 멀어 모니터와 스피커를 통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경우 실상 온라인 강의와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노량진 실강을 찾는 이유는 분위기와 수험 정보 때문이다.

현직 공무원 L씨(29) 역시 “집에서 공부해도 되지만 공시족들은 외로움, 고급 정보 획득, 경쟁심리로 스스로를 자극하기 위해 노량진 학원에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방학생의 경우 강의 등록 비용도 문제지만 고시원을 포함한 생활비 지출이 더 부담이다.

커넥츠 스터디 센터는 이 지점을 착안해 설립됐다. 학습 분위기와 체계화된 관리 시스템, 정보공유와 경쟁심리 자극을 갖춘 센터를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구축했다.

노량진에서 실강(오프라인 강의)을 듣는 학생과 같은 수준의 학습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아침 8시에 등원해 복습테스트, 저녁 9시에 또 일일테스트를 치른 후 저녁 10시에 정규 일정이 끝난다. 중간 학습시간은 ‘자물쇠 시간’으로 지정돼 100분 동안 자리를 지켜야 한다. 입구가 지하철 개찰구처럼 돼 있어 한번 나가면 들어올 수 없다.



동시에 실강생과 같은 조건으로 월간 모의고사를 치른다. OCR카드로 답안지를 작성해 제출하면 채점과 분석을 통해 공단기 전체 수험생 중 정확한 석차와 취약점을 분석해준다. 성적은 등록번호만 공개된 채 게시판에 공개된다. 같은 직렬 수험생끼리 정보 공유가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스터디센터 내부에서 구성원끼리 스터디를 구성할 경우 스터디실을 활용할 수 있다.

벌점 제도를 운영해 한 달에 20점을 넘기면 강제 퇴실 조치한다. 자습시간에 잠을 자거나 지각하면 벌점 1점, 무단 결석은 벌점 7점이다. 직원이 상주하며 잡담이나 통화도 엄격하게 통제한다. 순 공부시간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바로 퇴실이다. 이미 벌점 누적으로 인한 퇴실 사례도 발생했다. 물론 이 경우 환불은 해주지 않는다. 반대로 벌점이 0점일 경우엔 포상이 지급된다.

시설도 쾌적하다. 각 자리마다 전기 콘센트 및 빠른 무선랜 연결을 지원하며 개인 사물함과 프린팅 시스템, 스터디실도 갖췄다. 잠이 올 경우 서서 공부할 수 있는 스탠딩 존이 마련된 지점도 있다. 실시간 영상으로 노량진 실강생의 학습 모습을 중계하는 시스템 ‘노량진 모드’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장에 있는 경쟁 학생들의 분위기를 느끼라는 의도다.







가격은 지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달 기준 20만원 중후반 수준이다. 최근 고급 독서실은 20~25만원, 비슷한 유형의 관리형 독서실은 30~40만원이다. 프리패스 같은 인터넷 강의와 결합 상품을 구입할 경우 노량진 실시간 강의 수강권 등 할인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회독강 일만제’ 등 공단기 교재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수험생 반응은 고무적이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각 지역에 스터디 센터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서울보다 경기권이나 지방 수요가 많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학원 인프라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목표는 전국 300개 지점 확보”라며 “우선 토즈, 아카데미라운지와 제휴를 통해 점차 공급망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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