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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시행에도 ‘호갱’ 생긴 이유는…“요금제·채널별 지원금 차별 없애야”

강소현 기자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단통법 10년, 불공정 10년 우리의 과제’가 진행됐다.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단통법 10년, 불공정 10년 우리의 과제’가 진행됐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어르신에게도 10만9000원 고가요금제 가입을 권유해야 하는 유통망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염규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된 ‘단통법 10년, 불공정 10년 우리의 과제’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 시행 이후 10년동안) 불투명한 유통망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성과는 없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폐지 이후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유통채널은 단통법 폐지에 앞서 불투명한 유통망에 대한 꾸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이통사의 채널별·요금제별 리베이트(판매장려금) 차등지급이 유통채널로 하여금 소비자의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통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장려금은 고가요금제로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예컨대 ‘갤럭시S24울트라+선택약정’ 기준 요금제별 리베이트는 ▲5GX 프라임+ 0청년99 54만원 ▲5GX 프라임 0청년89 49만원 ▲세이브 컴팩트 5만원으로, 가입자 한명 확보 시 받는 장려금은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났다.

즉, 이통사가 지급하는 장려금으로 가입자에 제공할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마련해야 하는 유통채널의 입장에선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약정+고가요금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단통법 제정 이후 활성화된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오프라인 채널을 더욱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이용자 간 차별을 더욱 강화했다고 꼬집었다. 이통사가 단통법을 피해 온라인채널에 장려금을 더 지급했고, 이렇게 탄생한게 ‘성지’라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채널을 통해 진행되는 이른바 ‘특마’(특수마케팅)는 정보에 빠른 젊은층만 단말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궁극적으로 이용자 차별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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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채널별·요금제별 장려금 차별에 대한 정부 규제는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자 이른바 '사전승낙제'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현장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가 단통법 제정과 함께 도입한 ‘사전승낙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판매점’을 대상으로 적격성 여부 등을 심사한 뒤 판매권한을 승낙하고 법령 준수여부 등을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불법 또는 편법 영업,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사전승낙제의 적용 대상은 ‘판매점’으로 한정되어 유통망의 실태를 사실상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현재 단말 유통 경로를 살펴보면 판매점 외 ▲대리점 ▲중고단말기사업자 ▲알뜰폰 유통 ▲도도매(딜러) ▲소사장(대리점, 판매점) ▲대규모 유통업자 ▲온라인 판매점 ▲온라인광고대행사 ▲통신상품 플랫폼 사업자 ▲방문 판매 업체 등으로 다양하다.

게다가 판매점 실태도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단통법 제정 이후 별도의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판매점의 수는 누적집계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파악한 판매점 수는 약 3만개인 반면, KMDA가 최근 파악한 가동점은 약 1만개로 사업자 등록을 중복한 곳을 제외하면 9000여개 정도로 추정됐다. 이는 단통법 시행 당시와 비교하면 약 30% 줄어든 규모다.

이종천 KMDA 이사는 “단통법 제정 이전에는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단말기가 판매됐다면, 현재는 7000개만 넘어도 과열시장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라며 “절감한 판매수량 만큼의 장려금이나 지원금 등의 혜택이 (이용자에)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KMDA는 단통법 폐지를 촉구하며 총 6가지 이동통신 시장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다. ▲온오프라인 채널 간 요금 할인 혜택 차별 및 고가요금제 강요 금지 강화 ▲자율규제 및 사전 승낙제 폐지, 이동통신 유통업 신고제 전환 ▲장려금 차별 금지 ▲통신사 제조사 대형유통의 직접판매 금지 ▲이동통신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 법 적용의 단일화 추진 ▲가계통신비 정책협희 구성을 통한 통신비 경감안 마련 등이다. 이는 앞서 KMDA가 소관부처인 방통위에 제출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염 회장은 “단통법은 당초 취지와 달리 불공정 관행이 지속되고 KAIT와 통신사 간 유착관계는 강화됐다. 이에 모든 국민들이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라며 "이해관계자 모두가 제도 개선 당위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단통법을) 폐지하고 투명하게 공정한 유통질서를 확립시켜야한다. 이를 위해 KMDA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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