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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NEXT]② 폐지되면 장땡?…일장일단 따져보니

강소현 기자

서울 영등포구 한 이동통신 대리점 모습.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의 폐지를 추진한다. 업계에선 이러한 단통법 폐지 배경에 공감하면서도, 소비자 후생 저하 및 시장 혼선을 막으려면 폐지에 따른 제도적 유지 장치 마련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단통법 폐지되면 무슨 일이?

기존 단통법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단말할인) 외 유통채널에서 주는 추가지원금을 제한(공시지원금의 15%)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도입해, 통신사를 이동(번호이동)하는 이용자와 기기만을 변경하는 이용자 간 차별을 줄였다.

단통법 도입 이전 통신사는 번호를 이동하는 이용자 가운데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프리미엄 단말을 구매하는 이용자에 더 높은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자급제 단말을 구매하는 이용자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단통법 도입 이전 제기됐던 ▲보조금 지급 불균형 ▲높은 탐색비용 ▲고가요금제 및 고가단말에 대한 보조금 집중 등의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유통채널의 몰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통채널이 지급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 제한이 풀리면서 경쟁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와 소형 유통점이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시장의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통법 폐지에 따라 이통사 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되고, 또 자원이 모두 소진된다면 그때 정부는 이통사의 요금 및 품질 경쟁을 어떻게 유도하겠냐”라며 “과도한 마케팅에 따른 네트워크 설비 및 서비스 혜택 등 이용자 후생을 위한 궁극적인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통사간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알뜰폰의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 정부 개정안은 어떤 우려점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재 정부는 기존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유지하면서, 이를 위해 근거 법령을 '단통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단통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단통법이 폐지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이용자에 지급되는 보조금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러한 정부 개정안을 두고 ▲과연 단통법 폐지가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지 ▲요금인가제 하에서 요금경쟁 활성화가 가능할지 ▲장기적으로 서비스가 아닌 요금경쟁이 이용자 후생 증진으로 이어질지 ▲마케팅 경쟁 격화에 따른 통신사업자와 유통채널의 경쟁력 약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즉, 단통법이 폐지되는 경우 다방면에서 후폭풍이 예상되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업계전문가들의 주장이다.

◆ 대안으로 거론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에 정부 개정안 외에도 단통법 폐지에 따른 대응책들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사실 단통법 제정 이전부터 제안됐다. 이통사는 이동통신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만 판매하는 구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용자는 단말판매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해 이동통신대리점에서 요금제에 가입해야한다.

이 제도는 단통법과 같이 단말 유통시장의 개편을 통한 이용자 후생 증진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이용자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을 제조사-이통사 간 담합 구조에서 찾았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자 유통채널을 운영하면 투명한 단말 유통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요금이 모두 인하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외산 중저가 단말기가 다시 유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과 통신서비스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데다, 제조사의 영업비용이 늘면서 단말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고 이중마진을 취할 수 있다는 부분이 지적된다.

또 현재 국내에서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음에도 불구, 외산 중저가 단말이 활발하게 유통되지 않는 부분을 감안했을 때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그동안에 모토로라 등 중저가 외산 단말기가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없었던 가장 큰 배경은 (이통사와 제조사 간) 담합 구조 때문”이라며 “(완전자급제 도입을 통해) 이러한 구조가 깨지게 되면 해외에 있는 가성비 좋은 단말기가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이어 “다만, 어느정도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제조업자에 대한 규제를 통해 시장 형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완전무결한 제도 있을까?

[ⓒ 디지털데일리]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단점을 일부 보완한 ‘절충형(부분적)완전자급제’도 제안됐다. 이 제도는 이통사의 재위탁을 받은 일부 단말판매점에 한해서도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가능하도록 해 완전자급제를 보완했다. 완전자급제의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이통사에서도 통신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원금 지급을 허용해 이통사가 서비스가 아닌 지원금 경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허용이 오히려 이통사로 하여금 다시 지원금 경쟁에만 매몰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단말을 공급받기 위한 여유가 없는 판매점이 증가하면서 통신사 대리점이 통신과 단말 판매가 가능한 판매점으로 변형되면서 기존의 유통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와 학계에선 단통법 폐지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한 가운데 현 시점 시장 내 보조금 차별화의 원인과 해결방법,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해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관계자는 "단순히 기기만을 변경하는 고객보다 번호이동 하는 고객에게 이통사가 더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라며 “이용자에 보조금이 합리적으로 지급되는 것과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보조금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이 이용자 후생 증진과, 더 나아가 단말 유통시장를 위한 것인지 살펴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신민수 교수도 "단통법 폐지 전 최소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가지고 준비가 되고 차질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단통법 폐지를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고민할 부분은 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6G나 AI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키면서, 소비자의 편익은 증대할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라며 “이용자 후생 증대와 통신 시장 성장을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갈 것 이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제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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