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통법 폐지 따른 법적장치 마련나서…'박충권안' 힘 실리나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폐지 이후 소비자 후생 저하 및 시장 혼선을 막기 위한 법적장치 마련에 본격 나선다.
특히,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 정부가 여당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후생을 증진하면서도 보조금을 자율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야당은 물론이고 이동통신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설득이 관건이다. 업계에선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를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3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단통법 폐지를 위해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안(案)에 힘을 싣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앞서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단통법 폐지' 법안을 민생살리기 중점 법안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의원이 발의한 '단통법 폐지안'은 단말 할인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유지하고, 이를 위해 근거 법령을 '단통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즉, 이용자 후생 증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조항만 살리고 판매점 제조사에 대한 규제는 자율에 맡긴 것이다.
정부는 박충권 의원안이 보조금을 자율 규제한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과 가깝다 보고 있다. 앞서 단통법이 유통채널이 소비자에 지급하는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를 '인위적'으로 제한해 소비자 차별은 물론, 편익 역시 줄였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보조금을) 자율 규제한다는 점에서 (박충권 의원안이) 정부 기조와 결이 같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 발의 이후에도 넘어야 할 문턱은 많다. 우선은 여야 합의가 관건이다. 앞선 21대 국회에서도 여야는 큰 틀에서 단통법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선 이견을 보였다.
22대 국회에서 야당도 빠른시일 내 단통법 폐지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단통법 폐지안은 '단말기 가격 인하'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사와 이통사 간 담합을 막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동시에 통신 서비스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체감케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통법은 통신비 경감은 커녕 온갖 부작용만 양산했다”고 꼬집으면서, “단말기 시장을 정상화하고 (사업자 간) 경쟁 통한 가격 인하를 유도해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폐지법안을 신속처리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단통법 폐지 대해 정부여당이 협조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업계는 단통법 폐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개선방향을 두고선 사업자 간 미세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와 알뜰폰 업계는 보조금 경쟁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가 결과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킬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동통신업계는 가계통신비가 비싸다고 체감하는 이유가 과연 ‘통신비’ 때문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서 정의하는 ‘가계통신비'에는 유·무선 통신비 뿐 아니라 ▲인터넷 요금 ▲휴대폰 단말기 비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 등 콘텐츠·플랫폼 항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알뜰폰 업계는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한 지원금 확대가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더 많은 지원금을 받으려면, 더 비싼 단말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채널 일각에선 단통법 폐지에 앞서, 불투명한 유통망이 먼저 개선돼야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통법이 폐지되는 경우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이용자 차별인데, 일부 유통채널에선 여전히 이용자를 기만하는 허위 광고들이 무수히 많다며 '유통망 신고제'를 제안한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거론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도 사업자 간 의견이 갈린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시 자급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어 외산 중저가 단말기 역시 다시 유통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유통망이 축소되면서 단말 판매가 급감하고 유통망 운영에 따른 부담 증가로 단말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도 나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만 판매하는 구조를 말한다.
박충권안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단통법이 폐지되는 경우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라며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좋지만, 이용자들에 (과열에 따른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모니터링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로 내용을 담지 않는다면, 단통법이 폐지되면 방통위가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규율할 법적 근거 역시 사라진다"라며 "다만 아직은 발의만 이뤄진 상태라,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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