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CPU 보안 취약점이 전방산업에 끼칠 영향은?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발생한 ‘멜트다운’과 ‘스펙터’ 보안 취약점으로 인해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인텔을 비롯해 애플, AMD, ARM,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나선 상태이지만 당분간 불안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멜트다운과 스펙터 버그에 대한 설명은 이미 많이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보다는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전방산업에 끼칠 영향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잘 알려진 것처럼 보안 취약점 그 자체도 골칫거리지만 컴퓨팅 성능의 저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주요 업체에서는 ‘제한적인’으로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작업량에 따라 성능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다를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서버와 PC를 가리지 않고 단 1%라도 기존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적용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대규모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바꿔 말하면 끊임없이 외부와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버그를 수정하기 위한 업데이트를 실행하고 난 이전과 이후의 성능 측정 결과에서 데이터 입출력(I/O) 수치의 저하가 보고되고 있다. 과거부터 CPU는 PC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반도체였다. 그래서 일종의 완충장치인 버퍼를 두게 됐고 PC 성능의 발목을 잡는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CPU에 메모리 컨트롤러가 내장된 것도 이런 때문이다. 이전에는 레벨2(L2)나 레벨(L3) 캐시메모리도 CPU 외부에 있었다.

I/O 성능의 저하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를 다루는 데이터센터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버그가 일반 사용자에게 큰 영향이(성능저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분명한 것은 I/O 성능은 체감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같은 CPU와 메모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교체하기만 해도 PC의 전반적인 속도가 빨라졌다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전부터 PC에서 I/O 개선은 중요 과제였지만 늘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CPU↔메모리’ 버스를 16비트에서 32비트로 확장하면 확실히 성능은 좋아지지만 그만큼 인쇄회로기판(PCB)을 두껍게 설계해야 해서 가격이 비싸진다. 그래서 그래픽카드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그래픽메모리 사이의 버스가 높아질수록(64비트→128비트→256비트→512비트)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번 CPU 보안 취약점의 발견으로 PC, 스마트폰의 일부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더 높은 성능을 가진 제품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바꿔 말하면 침체되어 있는 PC나 성장률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소 엉뚱한 성장 동력일 수 있지만, 이제까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결과적으로 신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나왔고 소비자가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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