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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의혹 후폭풍…금융 CEO, 흔들리는 ‘디지털 리더십’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겉으로는 애써 평온한 모습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무거운 공기가 짓누르고 있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일신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가 쉽게 걷힐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국내 주요 금융기관 CEO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채용비리 의혹 여파가 올해 금융권의 IT 및 디지털금융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초 은행권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금융회사들의 디지털금융 전략 경쟁도 김이 빠진 모양새다.

무엇보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금융 디지털전략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보다 진전된 상용화 모델이 등장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같은 전개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

일반적으로 금융권은 경영전략회의 등을 통해 1분기(1월~3월)에 집중적으로 다양한 혁신 전략을 제시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이 거의 실종됐다. 1년전, 탄핵사태로 인해 정국이 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회사 CEO들이 앞다퉈 디지털금융 홍보 자료를 토해내던 모습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특히 금융그룹의 경우,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이슈가 계속 불거지면서 그룹 계열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이광구 행장이 사퇴한 이후, 그동안 '위비뱅크 혁신'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춤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새롭게 선임된 손태승 행장이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나 전반적으론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설연휴때 예정했었던 차세대시스템 오픈이 연기되면서 분위기가 무거워진 상태다. 우리은행은 당분간은 오는 5월초 차세대시스템의 성공적인 오픈을 위해 내부 IT 자원을 총동원해야하는 입장이다. 차세대시스템이 5월중 정상 가동에 들어간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그동안 국내 은행권 디지털뱅킹서비스 전략을 주도해왔던 우리은행의 행보는 올해 하반기쯤 예전처럼 활기를 뛸 것으로 예상된다 .

KB금융은 '채용비리 의혹'을 해소하기 전에는 윤종규 회장의 입지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KB금융 노조가 윤회장은 거취를 문제삼고 있는 가운데, 윤 회장은 지난 23일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나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윤 회장이 그동안 KB금융의 디지털금융 혁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이같은 상황은 다소 곤혹스럽다. KB금융은 SSC(Shared Service Center, 자원공유방식)개념을 적용해, 올해 IT계열사인 KB데이터시스템을 중심으로 그룹사들이 공통으로 활용할 허브(Hub)형의 IT혁신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보안 플랫폼 등을 개발해 IT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인데, 보다 역동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어찌됐건 윤 회장의 리더십이 복원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이는 윤 회장의 신상 문제와 전혀 별개의 상황이라는게 KB금융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때문에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다운됐지만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윤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매우 깊이있게 검토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허 인 행장의 과제라는 것으로 점차 선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도 국민은행은 PI(프로세스 혁신)과 관련한 채널시스템의 구축 사업 등 굵직 굵직안 IT혁신 예정대로 발주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김정태 회장으로 인한 'CEO 리스크'가 여전한 현안이다. 지난 23일 주총에서 김 회장이 3연임에 무난히 성공, 2021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기는 했지만 안팍의 상황은 여전히 살얼음이다. 검찰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수사가 계속 진행중이고, 또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비리에 대한 금감원의 감사도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하나금융 노조의 퇴임요구 목소리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만 하나금융의 경우, 전통적으로 CEO 주도의 의사결정 문화가 강하다.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 만큼 IT투자나 디지털금융 투자가 외형적으로 크게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내부 분위기는 여전히 경색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NK금융그룹도 그동안 역동적인 디지털금융 전략을 보여왔지만 올해는 그 역동성이 주춤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세환 회장이 구속된 후 새롭게 경영진이 꾸려졌지만 이번에는 채용비리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로 계속 어수선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지난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당시 면접점수 조작 등의 방법으로 은행 고위층과 정계 인사의 자녀를 채용한 혐의로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 등이 구속됐다.

IT부문의 경우, BNK금융그룹은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 올해 BNK금융그룹의 핵심 IT현안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IT인프라를 통합 운영하기위한 IT표준화 로드맵의 확정이다. 이 로드맵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약 1년간 두 은행의 IT인프라 통합을 위한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BNK금융지주 차원의 강력한 CEO 리더십이 전제돼야한다. 'IT 표준화'의 실행 로드맵의 확정시키기위해서는 기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중 한 곳의 IT로 통합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은 그룹 CEO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하는데 노조의 반발 등으로 아직 이를 공식화하지는 못하고 있는 단계다.

앞서 BNK금융그룹이 4개월의 컨설팅을 통해 마련한 'IT 표준화'는 '투 뱅크, 원 프로세스' 구현을 위한 전략으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하나의 IT를 사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통해 IT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시스템 효율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DGB금융그룹도 지난 23일 주총에서 박인규 회장이 사내에서 발생한 직원간 성추행 논란, 채용비리 논란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들어 “대구은행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동안 잠복해있던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은 회장직도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DGB금융그룹도 당분간 IT 및 디지털금융 전략 부문에서 CEO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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