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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게임 자율규제, 제 모습 갖춘다

이대호
- 게임협회 회원사 중심으로 아이템 강화(인챈트) 확률 공개 추진
- 외산 게임 서비스업체에 자율규제 참여 유도 쉽지 않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업계가 아이템 뽑기에 이어 강화(인챈트) 확률까지 자율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8일 한국게임산업협회(게임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같은 내용으로 민관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측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게임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개선안을 시행한다. 게임 이용가 등급 상관없이 아이템 강화 확률까지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오는 7월까지 논의를 거쳐 아이템 정보 공개를 보다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안 개선도 추진한다.

아이템 강화는 국내 게임업계 주요 수익모델(BM)로 꼽힌다. 캐릭터 성장(레벨업)이 중요한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선 아이템 뽑기보다 강화가 더 큰 매출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템 강화 확률 공개가 빠진 기존 자율규제안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다.

무기와 방어구 등의 아이템은 높은 등급으로 강화할수록 성능이 좋아지나 반대급부로 더 높은 강화에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 강화에 실패할 경우 투입된 재화가 없어진다. 기존 아이템까지 소실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강화 한번 실패에 손해가 막심하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이 아이템 강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본인 만족과 함께 성공 시 캐릭터 성장이 그만큼 편해지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에선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강화할 경우 한 번 시도에 수십만원이 들어가곤 한다. 빠른 강화를 위해 기본으로 들어가는 재화를 거래, 수집할 경우 수십만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국내 모바일 RPG가 과금 부담이나 결제 유도가 덜하다는 의미의 ‘착한 게임’으로 불리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게임업계가 기존 자율규제안에서 아이템 강화 확률 공개까지 나아갔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둘 만하다. 게임을 소비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행보다.

리니지M 아이템 강화 확률 확인 이미지
리니지M 아이템 강화 확률 확인 이미지
이번 자율규제 개선안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내 모바일게임 중 매출 1위 붙박이인 ‘리니지M’에 변화가 찾아왔다. 엔씨소프트는 내달 자율규제 시행에 앞서 28일 업데이트 때 아이템 강화 확률 공개를 선제 적용했다.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레볼루션 출시 당시부터 아이템 강화 확률을 게임 내 공개한 바 있다. 리니지M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개돼 있다. 강화 시도 시 표시되는 메뉴를 클릭하면 성공 확률(%)을 볼 수 있다.

현재 리니지M 이용자는 본인 아이템의 바로 다음 단계 강화 성공 확률을 볼 수 있다. 아이템 강화 성공 확률의 전체 지표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에 게임 내 아이템을 임의로 하나 선정해 강화 확률의 일괄 공개가 가능한지 문의하자 “앞으로 확률 정보와 공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보완할 계획”이라는 답을 얻었다.

엔씨소프트를 포함해 대형 게임업체들은 자율규제 개선안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자율규제안을 가장 잘 지킨 곳도 대형 업체들이다. 지키지도 않을 자율규제안을 꺼내들 경우 역풍을 먼저 맞는 곳이 대형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초부터 물밀듯이 들어오는 중국산 게임들이다. 국내에 퍼블리셔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글로벌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늘어나다보니 게임협회가 자율규제안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녹록지 않다. 게임 내 확률을 공개하려면 현지 개발사와의 소통이 필요한데, 이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기존 자율규제안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게임협회 측도 이 같은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협회 측은 “자율규제 동참을 꾸준히 권고하고 여러 방안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임협회는 오는 10월 내 게임 관련 이슈들을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독립 기구를 발족한다. 소비자, 학계, 전문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자율기구다. 향후 발족될 독립 자율기구가 현재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맡고 있는 자율규제 업무까지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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