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자율규제 첫삽 뜨긴 떴는데…‘허점’ 어떻게 메울까
- 다수 유명 게임들 자율규제 미준수…강제력·패널티 없어
- 미준수 게임물이 오히려 과금구조 약한 ‘착한 게임’ 평가받기도
- 자율규제 인증마크 2월 첫 부여…게임물당 유료로 정착 과제 남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한국게임산업협회(게임협회)와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추진 중인 확률형(뽑기) 아이템 정보 제공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이 최초 공표됐다. 15일 자율규제평가위원회(평가위)가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20종을 공개했다.
제1차 자율규제 미준수 공표 대상 게임물의 면면을 보면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다수 있다. 클래시로얄, 원피스트레저크루즈, 애니팡3, 쿠키런 등으로 지금도 인기를 끄는 중이거나 크게 성공한 게임들이다 전체 게임은 온라인 2종, 모바일 18종으로 국내외 게임이 고루 포함돼 있다.
이 중 클래시로얄은 세계적 흥행작이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만큼 상당수 이용자들이 즐기고 있다. 원피스트레저크루즈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 애니팡3, 쿠키런 등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게임들이다.
그런데 이 같은 유명 게임들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서 빠지면서 게임협회와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자율규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이는 자율규제 시행 이전부터 지적받았던 사항이기도 하다. 강제력이 없는 말 그대로 자율규제이기 때문이다.
업계 외부에서 볼땐 게임협회와 평가위가 자율규제 시행 이후 ‘첫삽’을 뜬 것이자 ‘첫 액션’을 보여준 것이지만 그들 스스로 자율규제의 허점을 드러낸 셈이 됐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용자 입장에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들을 나쁘게만 볼 것도 없다.
오히려 클래시로얄의 경우 국내 대다수 게임에 비해 확률형 과금구조가 약하게 설계돼 있다. 이용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착한 게임’이다. 획득확률 0.0001% 수준의 희귀 아이템을 내세워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이 아니다. 이용자들의 많은 질타를 받는 게임들도 확률만 잘 공개하면 자율규제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다. 자율규제를 잘 지킨다고 이용자들이 말하는 착한 게임은 아닌 것이다.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에 이름을 올린 한 회사는 “자율규제를 따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0000.1%와 같은 희귀 아이템도 없고 협회 회원사도 아닌데 규제를 꼭 따라야 하는가. 일방적으로 진행돼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인증마크도 볼 수 있다. 자율규제 준수 업체들이 게임이용자보호센터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2월에 자율규제 인증마크를 부여받았다가 3월에 인증이 취소되는 첫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그러나 자율규제 인증마크 신청은 업체 판단에 따른다. 인증 신청비용이 게임물당 4만5000원(부가세별도)이다. 이를 감안하면 자율규제 인증마크는 규제 활성화과 함께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재원 마련의 목적이 있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인증마크 유무에 따라 자율규제 준수 여부를 충분히 혼동할 수 있다. 자율규제를 준수했더라도 인증마크가 없는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까닭이다. 인증마크 제도 정착이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16일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인증제도 현황을 보면 대형 업체들 위주로 70종이 넘는 게임물에 대한 인증마크 신청이 확인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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