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쪽돼버린 '아이템 자율규제'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뒀다. 일단 업계가 강화된 자율규제안을 들고 나온 것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새 자율규제안을 살펴보면 아쉬운 측면이 적지 않다. 업계 주장대로 과연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고려한 것인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아이템 강화 확률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게임 아이템 강화는 뽑기와 함께 업계의 주력 수익모델이다. 역할수행게임(RPG)의 경우 강화 콘텐츠가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기고 초보 단계를 넘어서면 그 이후엔 ‘아이템 강화를 위한 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 강화 수준을 넘어서면 성공 여부에 확률이 개입되기 시작한다. 실패할 경우가 문제다. 재료로 불리는 각종 재화 아이템들이 증발하게 되는데, 이용자 입장에선 충분히 손해라고 볼 수 있다. 아이템 강화가 단순 뽑기보다 게임 내에서 몇 곱절의 비용과 플레이 시간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템 강화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이번 자율규제안이 반쪽짜리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일단 업계가 협의체를 통해 마련한 새 자율규제안을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내용도 있다. 이용자가 일정 구매횟수(금액) 이상 구매 시 희귀 아이템을 보상하도록 내용을 추가한 것인데, ‘뽑기를 아무리 해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이 추가 보상안을 게임 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협의체의 고민이 필요하다. 결제 유도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서다.
업체가 추가 보상안에 있는 희귀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대단히 얻기 어려운 아이템으로 구성하거나 세트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템으로만 제공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추가 보상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10번 구매하면 유료 뽑기로도 얻을 수 없는 특별 아이템을 제공합니다’는 식으로 홍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사실상 결제를 유도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자율규제안 자체가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협회가 개별 업체에 패널티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실효성을 끌어올리려면 향후 마련될 세칙이 대단히 중요하다. 자율성을 주기보다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가 있다.
업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게끔 두루뭉술한 세칙이 추가된다면 자율규제를 안 하니만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업계 주장대로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향후 마련할 자율규제안 세칙 논의에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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