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안에 엇갈린 반응…‘“현대모비스에 부정적”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지난 28일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회사분할합병결정 공시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현대차그룹에 요구해온 순환출자구조 해소, 일감몰아주기 개선 등 지배구조 관련 주요 이슈가 단기적으로나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예상하던 ‘지주회사 전환’이 아니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형태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모듈 및 A/S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하고, 분할 법인은 현대글로비스로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존속 모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게 됐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대주주(정의선, 정몽구)-모비스-현대차-기아차·글로비스(합병)’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계열사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에 대해선 대주주(정의선, 정몽구)의 양수도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등 관계사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기아차(16.9%), 현대제철(5.7%), 글로비스(0.7%)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약 5조9000억원을 매입할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시장에서 예상해왔던 지주사 체제가 아닌 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회사 요건이 충족되려면 자본금 5000억원 이상,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이 50% 이상이 돼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분할 후 존속 모비스는 자산 규모 18조원지만 지분가액 비중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향후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 후속조치 단계를 밟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 회사 측은 28일 질의응답을 통해 “이번 사업구조 재편, 지배구조 개편이 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29일 하이투자증권(고태봉, 강동욱)은 시장 리포트를 통해 “존속 모비스는 완성차의 지분을 소유하는 일종의 ‘지배회사’지 ‘지주회사’는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의 분할비율은 각각 0.79, 0.21이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본질가치, 분할비율, 합병비율을 감안한 결과다. 기존 현대모비스 1주를 보유한 주주는 존속법인 주식 0.79주와 합병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보유하게 된다.
합병을 위한 현대글로비스의 기준 시가는 15만4911원(최근 1개월, 1주일, 최종일 주가의 산술평균)이며, 모비스는 자본시장법상 본질가치로 산정한 합병 가액 45만2523원으로 결정됐다. 합병된 글로비스의 주식 수는 기존 글로비스 주식 수 3750만주에 모비스 발행 신주 5984만주를 더한 9734만주가 될 예정이다.
◆ 증권가, 우려와 기대 교차 = 증권가에선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우선 현대모비스에는 좋지 않은 개편이라는 반응이다.
29일 유진투자증권(이재일)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현대모비스에게 부정적”이라며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은 영업이익률 25%, 연평균 매출성장률 4.5%의 고수익성 사업인데 모비스의 A/S 부문이 실질적으로 현대글로비스에게 완전히 이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A/S 사업의 경우, 해외 부문은 존속 법인, 국내 부문은 분할 법인이 보유하게 되며, 연결 제거 전 매출액은 각각 4조2000억원, 4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문제는 국내 이익이 전체 사업부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의 작년 A/S 영업이익 1조7000억원에서 국내 사업 이익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A/S 부문 전체가 글로비스에게 이전되기에 현대모비스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개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에게 불리한 분할 조건으로 인해 주주총회 의결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라며 “부결될 가능성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도 “계열회사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대주주가 매입함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이 핵심 프로세스인데,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모비스를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과정과 기아차에 합병 글로비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랐다. 29일 유안타증권(남정미)은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추진할 뚜렷한 컨트롤타워가 부족하였던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간 명확한 역할 분리로 미래에 대한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모비스의 A/S사업 부문이 글로비스로 이전되는 부분에 대해 유안타증권은 “모비스의 경우,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한 일부 AS부문의 사업이 글로비스로 승계됐으나, 7조원 현금과 높은 수익성의 해외 A/S부문의 현금창출을 통해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의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비스의 경우, A/S사업부문이라는 캐쉬카우 확보로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 등 다양한 신사업 투자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분할 후 가치는? = 유진투자증권은 모비스 존속법인의 핵심 부품 사업부 가치를 4조8660억원, 해외 단순 모듈 가치를 1조270억원으로 추정했다. 분할 법인의 국내 단순 모듈 사업부는 9210억원으로 예상했다.
또한, 분할 시, 현대모비스의 적정 시가총액은 30조원으로 추산했다. 영업가치 9조3000억원(해외 A/S 3조3000억원, 핵심부품 4조8000억원, 모듈 사업부 1조원)과 순현금 3조8000억원, 현대차 지분가치 6조9000억원을 합산해 존속회사의 가치를 20조원으로 추정했으며, 글로비스 신주 가치 10조3000억원을 합산했다.
하이투자증권도 분할 회사인 합병 글로비스에 귀속되는 가치를 10조3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존속 모비스 가치는 15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의 분할 전 예상 시총 37조3000억원 대비 적정 가치가 오히려 18.4% 하락했다”며 “현대모비스 영업 가치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A/S 부문이 현대글로비스로 이전됐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합병 글로비스의 적정 시가총액은 22조원으로 추산했다. 분할법인 가치 15조4000억원(A/S 부문 가치 13조5000억원, 국내 모듈 사업부 가치 9210억원, 순현금 1조원)과 전일 글로비스 시가총액 6조5000억원을 단순 합산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합병 후 적정주가는 22만500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30%의 업사이드가 있다고 분석했다.
◆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될까 =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모비스 주가에 대해선 시장의 우려가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이투자증권은 “모비스는 분할되는 사업부에 대한 저평가 우려가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모비스를 중심으로 지배회사 구조가 성립되면, 향후 미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 가치가 중장기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기아차는 시가총액 상승이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아차는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현대모비스 지분 매각으로 인한 지분법 이익 감소보다 매각 차익으로 인한 시가총액 상승분이 더 클 것”이라며, 모비스 지분법 이익을 차감하고 지분 매각이익을 합산해 기아차의 시가총액을 15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또한 하이투자증권은 “기아차가 캐쉬 인(Cash in)이 아닌 합병글로비스 주식보유란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실망할 수 있지만, 투명경영위원회에서 통과된다면 합병 글로비스가 수익구조가 양호하고 고배당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며, 존속 모비스 대비 저평가 시각이 큰 만큼 중장기 회복 관점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개편이 현대차 주가에 미칠 영향을 ‘중립’으로 분석했다. 현대차 지분 가치 상승으로 ‘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에 따른 우려가 있었으나, 관계사 가치를 지분법으로 평가해 주가 변동에 따른 지주사 전환 우려가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비스의 경우 단기적인 혜택이 계열사 중 가장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A/S 부문 및 외형과 자산가치가 큰 모듈사업이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합병되기 때문”이라며 “A/S사업 부문은 고마진 구조가 예상되고, 향후 모듈사업은 존속 모비스의 xEV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모터, IPM(Integrated Package Module)을 받아 모듈화 시키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점차적인 가치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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