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페이스북이 신뢰를 잃은 이유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페이스북 스캔들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고, 보이콧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집단소송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뢰를 잃은 기업이 어떤 과정을 밟게 되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용자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페이스북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주가는 급락하고 시총도 사태 발생 3주만에 86조원이 증발했다.

사건의 시발점은 개인정보 유출이었고,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기업의 태도였다. IT 업계를 선도하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페이스북이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21억명의 전세계 이용자다.

페이스북은 축적된 고객 정보와 다량의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왔다. 이 중 하나가 사용자 데이터 기반 광고 사업 모델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데이터 유출이었다.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성격분석 앱은 정보를 다량으로 수집한 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제공했으며, 이 업체는 이를 통해 지난 미국 대선에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해서, 본인이 원하지 않은 경로로 마음대로 활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3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고 동의를 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를 바로 잡으려 하지 않고 책임을 CA에 돌리며 문제를 회피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나흘만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입을 열었다. 이후 페이스북은 한국 8만6000명을 포함한 8700만명 유출 규모를 밝히면서 후속대책을 내놓는 등 사태 진정에 나서고 있지만, 늑장대응에 고객들의 원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고객 신뢰를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고 기업들은 말한다. 그러나 고객의 정보를 소중히 다루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번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반복 속에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페이스북 스캔들이다.

물론,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의 활용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윤리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 새로운 ICT 시대가 열려도,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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