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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마음 품는 도시바? ‘재협상 없다’는 최태원 회장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그린라이트캐피털, 에피시모캐피털매니지먼트 등 60여개 펀드에서 자금을 수혈받은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미적거리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 반(反)독점 당국의 승인 지연이지만, 돈이 없어 하루라도 빨리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려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22일 일본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오는 5월 말까지 중국의 독점금지법 승인을 받지 못하면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불똥이 튄 모양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각국의 무역분쟁과 도시바메모리 매각과는 관련이 없으며 재협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해 최종 인수까지 험난한 길을 예고했다.

지난해 도시바는 에너지 사업 실패, 분식회계 등으로 전사 경영이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매각하기로 했다. 협상을 거쳐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SK하이닉스, 미국 IT 기업 4개사(애플, 델, 씨게이트, 킹스턴) 등이 합쳐진 한미일(韓美日) 연합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판게아(Pangea)’에 최종 매각을 결정했다.

반독점 심사에서 매각을 승인한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브라질·필리핀·대만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가 승인을 미루면서 애초 계획했던 3월 이내 매각이 불발됐다. 중국 정부의 불승인에 대해 외신에서는 반도체 굴기를 고려해 도시바메모리의 힘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어려워진다면 새롭게 투자자를 맞이해 현금흐름에 숨통이 트인 도시바가 사실상 다른 마음을 먹었다고 봐야 한다. 도시바메모리는 도시바 전체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데다가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낸드플래시 수요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매각하기가 아깝다.

실제로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기간 내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전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여러 대안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도시바 관점에서 다시 인수자를 찾고 각국의 승인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와의 물밑 접촉에 힘이 실리지만, 돈에 여유가 생긴 도시바가 서두를 이유도 없다.

이런 와중에 최태원 회장이 재협상은 물론 무역분쟁과도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상황이 묘해지고 있다. 도시바에 날리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SK그룹 산하 SK하이닉스는 전체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액 2조엔(약 19조9000억원) 가운데 약 20%인 3950억엔(약 4조원)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매각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것이 한미일 연합이 아니라 기업공개(IPO)를 통해 완전히 법인을 분리, 운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은 일본, 중국 모두에게 별다른 이득이 없는 만큼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에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는 전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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