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매각 불발된 도시바메모리…中 반독점 승인에 좌초

이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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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애초 예정된 시한인 3월을 넘겼다. 중국 반(反)독점 당국의 승인 지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단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은 쉽지 않다. 빨라야 5월, 상반기 내가 목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는 베인캐피털 주도로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SK하이닉스, 미국 IT 기업 4개사(애플, 델, 씨게이트, 킹스턴) 등이 합쳐진 한미일(韓美日) 연합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판게아(Pangea)’에 최종 매각 시한을 넘겼다.

하지만 반독점 심사에서 매각을 승인한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브라질·필리핀·대만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가 승인을 미루면서 시한 내(3월 31일) 매각이 불발됐다.

매각이 시한을 넘기면서 도시바는 크게 두 가지 안을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철회하거나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을 이른 시간 안에 설득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 모두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시 인수자를 찾고 각국의 승인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와의 물밑 접촉에 힘이 실리지만, 현금 유동성에 여유가 생긴 도시바가 서두를 이유도 없다.

지난해 도시바메모리는 2조엔(약 19조9000억원)에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의됐다. 도시바가 3505억엔(약 3조5600억원)을 출자해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의결권을 확보했다. 일본 금융기관과 은행이 6000억엔(약 6조1000억원), 그리고 장비 업체인 호야가 270억엔(약 2700억원)을 출자했다. SK하이닉스는 3950억엔(약 4조원)을 냈으나 판게아의 의결권 지분 15%를 넘겨서 보유할 수 없도록 족쇄를 걸었다.

당시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기간 내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전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여러 대안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외신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고려해 도시바메모리의 힘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예컨대 낸드플래시 생산과 판매 법인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퀄컴의 NXP 인수도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고려한 모양새다. 이것과는 별개로 도시바메모리 매각 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와중에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촉발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면서 다소 느긋한 입장이 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빌미로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지난해 12월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이들(그린라이트캐피털, 에피시모캐피털매니지먼트 등 60여개 펀드)의 주판알 튕김이 중요해졌다”라며 “도시바메모리를 가지고 있을 때 돈을 더 번다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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