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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에 발목잡힌 요금정책…사라진 ‘경쟁’ 찾아라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오는 27일 규제개혁위원회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심사에 통신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규개위 심사를 통과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6월 임시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규개위 심사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계통신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충분히 통과될 수 있겠지만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규개위 심사를 통과한다고 법안 통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본료 폐지 굴레에서 벗어나야=보편요금제는 지금까지 나온 요금인하 정책 중에는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의 요금을 실질적으로 설계할 수 있고, 2~3위 사업자는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통3사의 전체적인 요금체계를 한 단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상태로 남더라도 그 자체가 통신사들에게는 요금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다보니 과기정통부 내에서도 법안 통과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의 요금인하 성과가 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이 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업자와 야당 등의 강한 반대로 보편요금제 도입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연속성 있는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요금인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지만 단기적 처방에 머물렀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부가 강하게 개입하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통신요금인하 정책은 후보자 시절의 공약인 기본료 폐지에 발목이 잡혀 경쟁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간 공들인 알뜰폰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과기정통부가 도입하려는 보편요금제의 경우 이미 알뜰폰 업계가 제공하고 있지만 정부는 망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하는 이통3사에게도 동일한 요금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조원을 투입해 네트워크 구축하고 관리 운영해야 하는 이통사(MNO)와 단순히 싸게 망을 빌려 요금제를 내놓는 알뜰폰(MVNO)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신규이통사 선정·자급제 확대로 막힌 경쟁혈맥 뚫어야
=법안 통과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보편요금제에만 올인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제한적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회적인 정책이 아니라 단말기완전자급제를 비롯해 신규 이동통신사 선정 등을 통해 지속적인 가계통신비 인하가 가능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신규 이통사 선정의 경우 쉽지 않지만 자격 있는 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근 케이블TV 업계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등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만약 케이블TV 업계가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할 경우 결합상품 판매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컨소시엄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케이블TV 업계 이외에도 ICT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요금인하 뿐 아니라 ICT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단말기 자급제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 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가계통신비 부담의 상당부분을 단말기 가격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단말기 시장에서의 경쟁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공통된 특징은 일시적, 즉흥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부분 대선 공약 중심으로 대통령 임기 이내로 한정해 추진했고 정부가 교체된 이후에는 정책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정부의 실수를 반복할 것인지, 근본적 처방을 통해 요금인하는 물론, 전체 ICT 산업을 한단계 성장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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