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불법사이트 ‘차단 먼저 vs 견적 먼저’ … 업계-국회 온도차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국회가 웹툰 불법복제 피해 규모의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공식 피해 통계 자료가 없어 업계 위기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대책 마련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웹툰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웹툰시장 규모는 약 7240억원이다. 불법복제 피해액은 합법 시장의 약 30%인 1900억~24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각 업체마다 피해액을 추산하는 방식이 제각각인데다, 정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은 자료가 없어 추산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실은 30일 서울 명동 SB웹툰파트너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작가, 플랫폼, 정부기관 등 웹툰업계 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고 만화진흥법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개정안에는 지적재산권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명문 규정을 담았다.
공청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더 강한 대책과 법안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투믹스 이명규 팀장은 “실태조사 역시 필요하다고 보지만, 지금은 정부적인 차원에서 제재나 불법복제 원천을 차단시킬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사이트 운영자의 IP, 사무실 증거까지 확보하고 고소고발을 진행했음에도, 피의자가 명의 도용이라고 주장하면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불법사이트 문제에 대해 검찰, 경찰 등 정부 기관과 저희가 느끼는 온도차가 심했다”며 검경의 수사의지가 아쉽다는 의견을 전했다.
웹툰인사이트 이세인 대표도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이 힘들다고 하지만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 업체에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문제, 최근 LG유플러스에서 접속 차단한 서비스가 확인됐다”며 “정부가 의지 갖고 진행해 통신사에 강제성 있는 원리원칙이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피력했다.
법안이 마련돼도 실태조사가 여전히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정하려면 각 플랫폼 업체들의 자세한 수익이 공개돼야 한다. 업체들은 자료 공개를 꺼린다. 이 때문에 지금껏 피해액 추정치는 주로 작가 수익 샘플링(표본)에 의존해 집계됐다. 그러나 개별 작가 간 수익 편차가 커 정확한 시장 규모를 산정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만화영상진흥원 백수진 팀장은 "네이버나 다음이 실적을 공시하지만 웹툰 사업 부분이 따로 나오지 않아 메타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편“이라며 ”피해규모뿐만 아니라 전체 웹툰 산업 규모를 추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 역시 “방심위, 방통위, 문체부 어느 곳에서도 피해 규모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업체들 사이에서도 정보 공유가 안되고 있다”며 “업체들이 이런 부분에 있어 정보를 좀 오픈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다음웹툰 권영국 과장은 “회사 내부에서도 정확한 매출을 산정해내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유료 웹툰 플랫폼에 비해 포털 웹툰은 웹툰만 따로 수익을 산정하기 더 어렵다. 웹툰 페이지에 게시되는 광고도 웹툰 수익으로 잡히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밖에도 ‘기다리면 무료’, ‘2차 사업’, ‘러닝게런티’ 등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로 얽혀 있어 정확한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불법도용웹툰 피해작가 대책회의’ 김동훈 작가는 “처음에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을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들고 막막했다”며 “만약 실태 조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된다면 이런 피해가 최소화될 것, 실질적인 해법에 어느 정도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음웹툰 권영국 과장 역시 “현재 나오는 피해 추정액은 어떤 곳은 연간 700억원, 어떤 곳은 2000억원이라고 하는 등 제각각인데다 공신력이 없다”며 “이후 민사 재판을 진행해도 공식적인 손해사정 금액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실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법안이냐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법안이라는 것은 부처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예산을 부여해주는 역할이 크다”며 “향후 보완책을 통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정부 공식 통계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관련 개정안이 많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 해당 산업에 대한 이슈가 유지된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정부 측을 설득하는 것 보다 국회를 상대하는 것이 효율적, 국회를 협상 창구로 잘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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