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O2O] 배달앱으로 ‘짜장면’ 시킨 데이터, 어떻게 활용되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전화번호부를 뒤져 짜장면을 주문하는 시대가 저물어간다. 업주도 배달 주소와 메뉴 등 주문 내용을 수기로 받아 적지 않는다.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덕분이다. 전단지 홍보에 사용되던 비용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누적된 주문 데이터를 손쉽게 집계해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업계 추산에 띠르면 지난해 배달음식 시장 15조원 규모 중 배달 앱 경로를 통한 음식 주문은 20~30%(약 4조원)를 차지한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배달대행 산업도 성장하면서 중식, 피자, 치킨 등 기존 배달음식 외 과거 배달이 어려웠던 양식, 디저트, 회에 이르기까지 이용자의 선택폭이 크게 넓어졌다.
배달 앱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은 미국에서 더 활발하다. 미국은 최근까지만 해도 한국 대비 배달음식 문화가 협소했다. 피자 정도를 제외하면 배달이 가능한 음식이 없었다. 앱을 통한 배달 영역이 확산되자 신기술 적응은 더 빨랐다. 기존 배달 체계 문제를 개선해 새로운 영역에 바로 이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출범한 '도어대시(DoorDash)'는 빠르게 부상한 미국 배달 앱 서비스 업체다. 지난해 매출성장률 130%를 기록했고,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를 달성했다. 직접 배달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우버처럼 본인이 원할 때만 일하는 배달 ‘대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업체는 고객들이 배달 시간 예측이 틀릴 경우 크게 불만을 느낀다는 점을 주목했다. 배달 시간 지연 문제는 통상 주문량과 배달기사 공급이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는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통해 배달기사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도어대시는 식당의 실적, 평균 음식 준비 시간, 시간별 교통 상황, 배달 차량까지 모든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분석해 점점 더 정확하게 배달 도착 시간을 예측할 수 있게 됐고, 음식이 나오는 시간과 배달기사가 식당에 도착하는 시간을 거의 일치하도록 설계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수많은 복잡한 요인을 고려한 결과다. 도어대시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인 토니 수는 "하나의 음식 배달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15가지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경로를 빠르게 도출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메쉬코리아의 배달대행 운송관리시스템(TMS) '부릉TMS'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기존 TMS 도출 알고리즘, 즉 배달 루트 안내 시스템은 대부분 각 배달 지점의 이동거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도로의 사정, 골목길의 유무, 오르막길 여부 등이 반영되지 않는다. 지도 상으론 가깝지만 실제로는 한참 돌아가야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장 배달기사들은 짜여진 추천 TMS를 신뢰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부릉TMS는 4개의 메타 휴리스틱 알고리즘 병렬 연산 기술을 사용한다. 배송 건수가 증가하거나 복잡한 요건이 추가돼도 짧은 시간 내 최적의 루트를 도출할 수 있다. 예컨대, 강, 철도, 공사현장 등 교차가 어려운 지역을 지나지 않는 ‘교차금지선’을 루트 생성에 반영하는 식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시스템화 하기 어려운 실제 도로 환경을 배송기사의 노하우를 통해 수집하고, 패턴 마이닝 기술을 통해 경로 산출에 반영한다.
여기에 기사 간 배달 건수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균등 분배, 동선을 최소화하는 배송거리 최소화, 배송영역 겹침 방지, 기사 선호지역, 숙련도별 건수 제한 등 다양한 옵션을 플러그인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솔루션은 메쉬코리아의 이륜차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외에도 이마트, 티몬의 배송 시스템에도 활용되고 있다.
배달 주문을 통해 발생하는 빅데이터는 배달 앱 플랫폼과 배달업주에게도 중요한 정보다. 날짜, 시간대, 지역 별 판매 추이를 통계적으로 정리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후라이드와 양념 치킨 중 어떤 메뉴가 많이 팔리는지, 비가 오면 어떤 사이드 메뉴 주문이 늘어나는지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
우버이츠는 초기화면에서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광고 상품이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타 배달 앱과 차별점이다. 이용자 과거 주문 이력을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분석해 추천메뉴를 제공한다. 과거 주문한 음식 메뉴뿐만 아니라 음식에 사용된 식재료까지 분석 대상이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는 이용자들이 남기는 음식점 리뷰 빅데이터 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리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주문과 결제까지 완료한 경우에 리뷰를 남길 수 있는 '클린리뷰'를 강화했다. '리뷰관리' 시스템을 신설하고, 리뷰 작성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지고간적으로 변경했다. 평가 항목도 맛과 양, 배달로 세분화했다.
이렇게 모인 리뷰 데이터 분석에도 기계학습(머신러닝)과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한다. 음식 리뷰에 올라온 사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용자가 남긴 의견이 우호적인 리뷰인지 불만 리뷰인지를 인공지능(AI)가 자동으로 선별한다. 업주가 먼저 처리해야 할 리뷰를 먼저 알려줘 소비자 불만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CS처리와 충성고객 확보에 도움을 준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사장님사이트를 통해 악성 고객 유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배달앱은 이용자 후기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블랙컨슈머가 더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연락이 두절되는 '노쇼' 유형, 자신이 유명 블로거라며 서비스 음식을 달라는 '협박형' 진상 고객, 생리대와 담배를 사다달라는 '심부름' 유형도 있다. 이런 데이터를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해 반복적으로 문제를 만드는 고객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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