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는 잡혔는데… 불법 피해 ‘조 단위’ M사이트는 왜 못 잡을까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국내 웹툰 불법복제로 부당이익을 취하던 대형 해적사이트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불법 사이트 중 이용자 규모면에서 2위였던 ‘먹투맨’ 운영자가, 이달 23일엔 결국 1위 ‘밤토끼’ 운영자가 연달아 검거됐다. 저작권 범죄와 긴 사투 끝에 건진 성과에 웹툰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한편 일각에서는 밤토끼와 불법복제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M’사이트의 향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M사이트는 밤토끼와 달리 국내 웹툰 대신 주로 일본출판만화를 불법 유통하는 곳이다. 일본 저작권자, 출판만화를 정식 수입해 유통하는 국내 출판사와 온라인 플랫폼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밤토끼보다 역사가 더 길고 규모가 훨씬 크다. 일본 현지 작가들도 사이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을 정도다.
웹사이트 순위 집계 정보를 제공하는 시밀러웹에 따르면 M사이트는 트래픽 기준 국내 29위에 위치한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일간베스트’나 ‘뽐뿌’와 비슷한 수준이다. 언뜻 국내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밤토끼(월평균 방문자 약 3500만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M사이트의 트래픽이 밤토끼 3~4배라는 것이 업계 추정이다. M사이트는 여러 개의 서브사이트로 분할돼 있어, 트래픽 분석에는 이 중 하나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트래픽 규모도 밤토끼보다 크지만, 출판만화는 회차 단가가 웹툰보다 더 비싸다. 웹툰과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액을 추정하면, 총 피해 규모가 밤토끼(약 2400억원)의 3~4배를 넘어 조 단위까지 치솟는다. 사이트 운영으로 얻는 부당이익도 연간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여 동안 밤토끼가 광고를 통해 올린 수익은 총 약 9억5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웹툰 분석 전문지 웹툰인사이트 이세인 대표는 “업계에서는 M사이트 역시 밤토끼 못지않은 ‘악의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사이트 운영방식이 밤토끼 등과는 차이가 있어 차단, 검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사이트는 밤토끼보다 더 치밀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불법 복제물을 올려놓은 'Y'사이트는 따로 두고, 본 사이트에서는 해당 주소로 이어지는 링크만 제공한다. 현행법상 링크 정보 제공은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않는다. 저작권법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불법 복제물의 링크 정보 공유가 불법인지 아닌지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다만 아직은 불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던 불법사이트가 무죄 판결을 받은 대법원 판례(2015.3.12.선고 2012도13748)가 있다. 이 때문에 불법저작물이 올라와 있는 서브 사이트가 차단되더라도 본체는 여전히 살아남는다.
한국만화출판협회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4월 한국저작권보호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이트 차단 조치가 내려졌으나, 본 사이트 대신 일부 게시판 페이지만 차단됐다”며 “이마저도 보안 프로토콜(https)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차단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 중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밤토끼처럼 운영자를 직접 검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M사이트의 서버가 소재한 국가조차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실정이다. 홈페이지 안내 문구에는 사무실이 아프리카 시아레리온에 소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현재 서브사이트의 서버가 해당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M사이트 서버 위치는 북유럽, 미국 등 설이 분분하다. 운영자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조차 알려진 바가 없다.
이 관계자는 “M사이트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을 경우, 따라서 개설되는 유사 사이트들이 난립할까 봐 가장 큰 우려”라며 “마치 불법사이트가 하나의 수익모델처럼, ‘이렇게 하면 돈 벌더라’ 하는 인식과 현상이 사람들 사이에서 생길까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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