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엔지니어링, 실적 정체기…‘OLED 장비 전환’에 관심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국내 디스플레이 공정장비 업체 탑엔지니어링(대표 김원남, 류도현)은 올해 1분기 괄목할만한 실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종속회사 파워로직스(대표 김원남)의 실적 반영치를 제외할 경우 본질적인 성장은 뒷받침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198억원으로 전년 동기(452억원) 대비 5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2016년,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각각 1610억원, 176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올해는 1분기 만에 한 해 매출액 수준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이는 종속회사인 파워로직스 실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2009년 8월 파워로직스는 탑엔지니어링의 계열사로 편입된 데 이어 2017년 12월 종속회사가 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탑엔지니어링의 파워로직스 지분율은 24.34%(834만5230주)로 특수관계인 포함 시 33.54%(1149만8670주)다. 파워로직스 실적은 올해 1분기부터 탑엔지니어링 실적에 반영됐다. 다만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파워로직스 실적 반영 외, 탑엔지니어링 자체의 성장 요인은 미비하다. 실제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405억원으로 작년 1분기(396억원)와 큰 차이가 없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5년 165억원에서 2016년 180억원으로 높아졌다가 2017년 151억원으로 2015년보다도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도 파워로직스 실적이 반영됐으나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만큼 큰 오름세를 보이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48억원) 대비 48% 오른 71억원이다. 파워로직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2.2%에 불과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 상승도 영업이익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올해 1분기 매출원가는 1951억원으로 전년 동기 330억원 대비 크게 늘었으며, 판매비·관리비도 전년 1분기(75억원)보다 2배 이상 오른 1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에서는 외주용역비 증가 및 52시간 급여 지급 등의 영향이, 판매비·관리비에서는 경상개발비와 대손상각비 상승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상개발비는 작년 1분기 35억원에서 올해 1분기 69억원으로 늘었다.
경상개발비 상승은 올해 초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주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한 것과도 연관돼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관련주는 대체로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과도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개발비는 일반적으로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 항목의 경상개발비로 처리되거나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기재되기도 한다. 문제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기재하는 비율을 과도하게 늘려 영업이익을 의도적으로 부풀려왔다는 점이다.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려면 연구개발한 기술의 실현 가능성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지만, 개발비 기재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결여된 경우가 많아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하게 됐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감시가 심해지자, 제약·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상장기업 사이에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도 비용 처리된 경상개발비가 늘어나 영업이익 상승폭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OLED 장비로의 사업 전환이 핵심=올해 1분기, 탑엔지니어링이 연구개발비(69억4500만원) 중 무형자산으로 처리(4100만원)한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작년 총 연구개발비(155억9100만원) 중 13.7%(21억4800만원)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과 대조된다. 탑엔지니어링이 작년까지는 사업 실현성이 그리 높지 않은 일부 연구개발비 마저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경우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연구개발비를 합한 금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분기 들어 크게 줄었다. 총 연구개발비를 당기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이 2016년 8.5%(138억원), 2017년 8.9%(156억원)로 조금씩 오르다, 올해 1분기 3.2%(69억원)로 뚝 떨어진 것.
회사 내부적으로는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의 무게 중심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이동하는 것과 발 맞춰 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탑엔지니어링의 작년 LCD 매출 비중은 65.62%, OLED 장비 매출은 0%였다. 회사 측은 공시 기재 시스템상 OLED 부문이 0%로 표시됐을 뿐, 실제로는 예전부터 OLED 관련 장비를 공급해왔으며 앞으로도 OLED 장비 공급 비중을 늘려갈 것이란 입장이다.
결국 회사가 업계 흐름이 바뀌는 시점에 OLED 장비로의 사업 전환에 성공하느냐가 향후 투자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탑엔지니어링은 TFT(박막트랜지스터)-LCD, LED, OLED 패널 공정장비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며, LG디스플레이, BOE, CSOT 등 고객사에 디스펜서(액정분사장치) 등 LCD 공정장비를 주로 공급한다. 특히 회사는 올해 중화권 고객사의 매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최근 2거래일 간 회사 주가가 12% 이상 상승한 것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중심으로 IR을 진행한 것이 좋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달 안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IR(기업설명회)을 열고 사업 현황을 소개할 예정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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