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도체, 주가 정체에 투자자 다독이기…목적은?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제주반도체(대표 박성식, 조형섭) 주가가 하락과 상승 요인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 올해 들어 회사는 총 1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을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사주를 총 20만주 매입했다.
주목할 점은 주가 하락과 맞물리면서 CB의 전환가액이 계속 하향 조정(리픽싱)되고 회사가 자사주 매입으로 대응하면서 주가가 불안한 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리픽싱은 향후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시 유통 물량을 더욱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일반 주주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물량의 감소를 불러와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올해 3월 초 7000원대까지 올랐던 제주반도체 주가는 최근 30% 가까이 하락해 50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작년 말 3000원대에서 올해 3월까지 고속 상승했던 것과 대조된다. 최근 주가는 5000원을 전후로 소폭의 등락만 있을 뿐 지지부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CB 발행 및 리픽싱, 자사주 매입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올해 2월과 3월에 각각 제5회차, 제6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는 신규사업 등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CB를 발행한다. 제주반도체도 최근 ‘LPDDR4’(저전력 DDR4) 개발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5회차는 65억원, 제6회차는 80억원 규모다. 회사가 발행한 제5회차 및 제6회차 CB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CB는 정해진 기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는 사채다. 제5회차와 제6회차 CB는 각각 2019년 2월26일과 3월15일부터 주식 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회사가 발행한 CB를 매입한 곳은 모두 투자자문사 및 투자조합, 자산운용사다. 이들은 모두 주가 흐름에 따라 단기라도 차익실현이 가능하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확률이 높다.
제5회차 및 제6회차 CB는 모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조건이 붙었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할수록 CB 매입자들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옵션이다. 만약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 발행일로부터 1년 뒤 CB 매입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하고 이는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 총 3번의 CB 리픽싱이 있었다. 제5회차 CB는 4월과 5월, 제6회자 CB는 4월에 한 번씩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했다.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면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더 늘어난다. 결국 CB 리픽싱은 향후 주식 전환 시 쏟아져 나오는 주식 물량의 증가를 불러와 일반 주주들에게 주가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다가온다.
회사가 최근 자사주 매입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 같은 투자자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4월과 6월 회사는 각각 10만 주씩 총 20만 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자사주가 오르면 유통 물량이 줄어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되며 기존 주주의 의결권 지분율이 오르는 효과도 뒤따른다. 회사가 CB 리픽싱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자사주를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주가 방어를 통해 CB 리픽싱을 최대한 막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8월 회사가 한 투자조합에 발행한 제4회차 CB가 주가 하락으로 계속 리픽싱됨에 따라, 주식 전환 시 조합의 예상 지분율이 박성식, 조형섭 두 대표 지분율보다 높아지는 상황까지 갔던 적이 있다. CB를 매수한 투자조합이 CB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가 뒤바뀌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당시 두 대표는 2017년 11월 20억원치의 CB를 되사들여 전환권을 행사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해 경영권을 방어한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회사의 자사주 매입을 경영권 방어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락을 막아 리픽싱을 사전에 차단해 CB 매입자의 지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올해 두 차례의 자사주 매입은 규모가 약 10억원 규모에 불과해 주가 안정 의도일 뿐 경영권 방어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제5회차, 제6회차 CB는 발행 대상자가 1군데였던 제4회차와는 달리 발행 대상자가 여러 곳이어서 전량 주식으로 전환돼도 회사 최대주주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회사나 조합은 없는 상황이다.
제5회차, 제6회차 CB는 ‘시너지투자자문 주식회사’ 76억원, ‘시너지 반도체 1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13억원, ‘시너지 반도체 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13억원, ‘시너지-신한 메자닌 신기술사업투자조합’ 30억원 등 여러 곳이 매입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시너지투자자문 주식회사 및 유사한 이름의 조합들은 향후 주식을 전환해도 지분율이 따로 계산되며 영향력도 보유 주식만큼 분산된다.
한편, 자사주 매입 자체가 경영권 방어 차원은 아니어도 회사가 제4회차 CB 발행 경험을 토대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애초에 제5회차, 제6회차 CB의 발행 대상자를 여러 곳으로 분산했을 가능성은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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