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도체, ‘LPDDR4’ 개발…저용량 시장 목표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초소형 저전력 메모리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제주반도체(대표 조형섭, 박성식)가 ‘저전력 DDR4(LPDDR4)’ 개발에 나선다.
제주반도체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LPDDR4 연구개발에 착수해 이익 극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PDDR4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만 생산할 수 있다. 이 3사는 최근 LPDDR4 양산 준비를 마쳤고 기업별로 양산 기술력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반도체 관계자도 “삼성전자는 양산 준비가 된 상황으로 프로세스가 안정화됐으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공정 수율 문제로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PDDR4는 5G 시대와도 맞물려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이 없으면, 5G를 상용화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을 것이다. 5G의 핵심이 빠른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보내야 하고 끊김이 없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LPDDR4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만 업체들도 LPDDR4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양산에 성공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수율 문제로 아직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들 역시 개발·양산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LPDDR4 개발에는 기존 LPDDR1~3과 차원이 다른 기술력과 투자가 요구된다. 그만큼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는 뜻이다. 또한, 설사 양산에 성공한다 해도 높은 수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 제주반도체는 ‘우수 인력 보강’과 ‘틈새시장 공략’을 자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6월 신규 제품을 개발하면서 경력 및 신입 엔지니어를 대거 충원했다. 이에 따라 작년 6월 74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현재 100명으로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가 우리에게 개발 용역을 준 이유는 LPDDR4 개발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반도체는 작년 1월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와 60억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도 UMC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출하는 고용량 시장이 아닌 저용량 시장을 목표로 삼아, 대기업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고용량 시장을 목표로 한다. 가장 낮은 용량이 12Gb다. 대기업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어마어마한 메모리가 필요한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개발하려는 제품은 저용량이다. 가장 고용량인 제품이 8Gb다. 셋톱박스, 자동차 네트워크 등에 활용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즉, 용량에 따라 시장이 나뉘기 때문에 대기업과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8Gb 제품은 어느 정도 대기업과 시장이 겹칠 수 있다. 관계자는 “8Gb는 얼마나 대기업과 경쟁하게 되는지를 중간 영역에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근본적으로 우리는 국내 대기업과 겹치지 않는 ‘중국 저가형 LPDDR4’ 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회사는 올해 4Gb DDR4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4Gb DDR3는 이미 올해 초 개발을 시작했다. 이 외 4Gb U2RAM, 2Gb LPDDR2, 64MB 및 128Mb 옥타램(OctaRAM), 64Mb T2M은 작년에 개발을 완료했다. 8Gb U2RAM, 8Gb DDR4는 2019년부터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64MB 및 128Mb 옥타램은 프로모션 중이며, T2M은 삼성디스플레이와 국내 반도체 전문기업 아나패스에 공급하기 위해 초도 양산 과정을 밟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회사와 전략 제휴…낸드 MCP 주력’=제주반도체는 지난 2000년 설립된 이후, 18년 간 저전력 메모리 위주의 사업을 전개해왔다. 반도체 사업 초기 모바일용 저전력 에스램(SRAM)으로 사업기반을 다졌다. 현재 휴대폰 등 모바일 응용기기에 적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및 제조가 주력사업이다. 자체 제조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설계한 제품을 전문 파운드리 회사에 위탁해 생산하는 ‘팹리스 회사’다.
모바일용 에스램(SRAM), 슈도에스램(pSRAM), CRAM(Cellular RAM), D램(DRAM) 뿐 아니라, 직접 개발한 낸드 MCP(복합칩), 노아(Nor) MCP 제품 공급사업도 영위한다. 특히, 최근 2013년부터 시작한 낸드 MCP 제품군을 주력 상품으로 삼고 있다. 작년 낸드 MCP의 매출 비중은 55.83%였다. 이 외 디램 16.98%, CRAM 4.56%, 노아 MCP 4.55%, 에스램 2.80% 순이다.
무엇보다 낸드 MCP 제품의 단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바일용 저전력 디램(LP DDR SDRAM)을 자체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체 개발한 모바일 디램이 자사 낸드 MCP 제품에 적용되면 수익성이 훨씬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7년 회사 매출 1170억원은 전년(566억원)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 회사는 낸드 MCP 제품군 매출 증가가 가장 큰 동력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낸드 MCP 제품 시장은 현재 초과수요로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주요 매출원인 낸드 MCP 제품 중 디램은 자체 제품이 있으나, 낸드는 자체 제품이 없이 외부에서 전적으로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팹 확보 차원에서 작년부터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낸드를 타사에서 제때 받아 고객사에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려면, 팹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1월 회사는 UMC 계열사인 슌치인베스트먼트로부터 69억원의 해외투자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유치한 바 있다. 올해 1월엔 다른 UMC 계열사 슌치캐피탈이 39억5000만원을 투자해 제주반도체 주식과 전환사채를 추가 취득했다. UMC는 파운드리 사업과 직접회로 웨이퍼 제조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3위 기업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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