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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간다’…핀포인트 OLED 투자에 나선 LGD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배리 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협회 대표는 10년 전 액정표시장치(LCD) 업계가 치킨게임에 들어서고 인수합병으로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예측이 으레 그렇듯 맞고 틀린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은 신기술이 과거의 제품을 몰아낼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는 올해 OLED가 사상 처음으로 LCD보다 더 큰 비중이 점쳐진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소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OLED 점유율은 50.7%(207억4365만달러)로 LCD(49.3%, 201억6202만달러)를 제칠 것으로 보인다.

‘LCD→OLED’ 전환으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대형 OLED와 선두업체를 따라잡아야 하는 중소형 OLED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 이를 위한 시설투자(CAPEX)에서 애초 계획과 달리 LCD를 건너뛰고 10.5세대(3370㎜×2940㎜)로 직행하기로 했다.

이는 대형과 중소형을 가리지 않고 OLED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투자 규모와 위험요소를 따진 ‘핀포인트’ CAPEX 집행이라고 볼 수 있다. LCD 패널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므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점에서 4분기 초 양산에 들어가는 파주 E6-1라인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애초 3분기 양산이 예정됐던 E6-1라인은 애플 아이폰 공급을 염두에 둔 생산설비다. 플렉시블 OLED 말이다. 구미 E5와 달리 증착기도 선익시스템에서 캐논도키로 바뀌었고 레이저리프트오프(LLO)는 LG PRI(material Production engineering Research Institute, 소재·생산기술원)에서 공급됐다.

6세대(1500㎜×1850㎜) 원판에서 200개 정도의 플렉시블 OLED(6.45인치)를 뽑아낼 수 있으므로 1만5000개×200개라고 가정했을 때 월 300만개가 가능하다. 따라서 4분기(10월, 11월, 12월) 3개월 동안 만들 수 있는 플렉시블 OLED는 산술적으로 900만개가 된다. E5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으로 초기 수율이 40% 이상 50% 이하이면 보수적으로 400만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하루라도 빨리 공급망 확대를 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율을 최소 60% 수준까지 높이고 이르면 내년 1분기, 늦어도 2분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내다보고 있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와 공조 체제를 고려해 아이폰에 들어갈 LCD 패널의 ASP를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애플이 내놓을 신형 아이폰은 3종. 이 가운데 2종이 플렉시블 OLED를 쓴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는 더욱 효율적인 CAPEX 집행을 위해 체력을 비축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 텐(X)의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2900만대였다. JP모건과 KGI증권 등 금융권이 추정한 올해 1분기 판매량은 1400~1800만대, 2분기는 1300만대 가량이다. 아이폰 신모델이 매년 가을에 선보였으므로 적어도 1000만개 정도의 플렉시블 OLED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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