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에이피티씨, 고객사 다변화 절실한데…“삼성이 거부”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반도체 식각장비(Etcher) 업체 에이피티씨(APTC, 대표 김남헌)가 고객사 다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이피티씨는 오는 8월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제품 및 고객사 다변화를 꾀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 향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투자자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해 관련 매출 비중은 거의 100%에 가까웠다.

회사 측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R(기업설명회)을 통해 반도체 시장규모가 넓어지면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하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컨슈머 IT 제품 및 IT 인프라 시장과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전방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SK하이닉스 납품 경험이 다른 반도체 업체를 고객사로 유치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납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IR 현장에서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공급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었다. 이에 회사 측은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우형 사장은 IR을 통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싶지만, 삼성이 우리를 거부한다. 삼성 계열사를 통해 자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하려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기술이 독특하지도 않고 많이 팔고 있지도 않지만 어쨌든 자체적으로 하니까 안 된다고 한다.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AMAT) 장비 다 쓰는데 우리만 안 된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2015년까지 적자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2016년도부터 SK하이닉스에 본격적으로 식각장비를 공급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SK하이닉스 외 다른 업체와 따로 접촉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을 앞두고 막연한 기대감만 내세웠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 2002년 2월 설립됐으며 경기도 이천시에 소재하고 있다. 반도체 플라즈마 식각장비(Plasma Etcher)가 주요 제품이다. 보유 중인 ‘적응결합형 플라즈마 소스’를 200mm와 300mm 웨이퍼용 반도체 건식 식각장비의 원천기술로 적용해 생산하고 있다. 300mm 폴리(Poly) 식각장비를 SK하이닉스에 다량 납품했다.

지난 7월 기준 임직원 수는 49명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업체 AMAT 출신 김남헌 대표와 KB인베스트먼트 출신 최우형 사장이 각각 R&D(연구개발)와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가 에이피티씨에 투자하면서 최우형 사장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최 사장은 2015년 회사에 합류했다.

앞서 작년 4월, 회사는 IPO(기업공개)에 나섰다가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정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부터 매출 급격히 늘어=
최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는 반도체인데, 중요한 점은 반도체가 버는 돈의 많은 부분을 해외 장비를 사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라며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해 국부를 벌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상장 포부를 밝혔다.

그간 국내 장비업체들은 식각장비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AMAT 등 소수 업체들이 식각장비 시장을 주도해왔다. 회사는 SK하이닉스 납품 이력이 자사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 다변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폴리 식각장비뿐 아니라 옥사이드(Oxide) 식각장비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방침이다.

최 사장은 “옥사이드 식각 장비 제조 경험이 있어 도전해볼 것”이라며 “내년에는 폴리와 옥사이드 식각장비를 모두 갖춘 회사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2015년 매출은 44억원이었으나 2016년, 2017년엔 각각 378억5100만원, 411억22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6년부터 SK하이닉스로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는 적자에 시달렸다. 2015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7억5300만원, -21억1400만원이었다. 2016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3억9000만원, 138억8800만원이며 2017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6억9000만원, 108억5000만원이다.

최 사장은 “200mm 장비를 팔다가 300mm로 넘어온 2006년부터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웨이퍼 사이즈가 바뀌면 장비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범했다. 엔지니어 중심 회사다 보니 경영이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많은 투자자가 떠났다. 약 7년간의 암흑기를 거쳤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SK하이닉스에서 테스트를 오래 거친 뒤 2016년부터 매출이 많이 생겼다. 2016년 이전의 실적은 의미가 없다. 거의 안 좋았고 제대로 된 적이 없다. 적자의 연속이었다. 2016년부터 장비가 팔리면서 빚도 다 갚고 회사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반기(1~6월) 가결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10억원, 150억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IR이 끝난 뒤 기자가 최 사장에게 작년 SK하이닉스 향 매출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묻자 “거의 100%”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또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외 다른 업체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냐’라고 묻자, 최 사장은 “지금은 없으나 계속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배당할 것”=최대주주는 김남헌 대표로 지분율은 17.07%(365만1865주)다. 최우형 사장 지분율은 11.88%(254만1950주)다. 이 외 김 대표 친인척 및 비등기임원 주식 등을 합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총 33.49%(716만5855주)다.

김 대표와 최 사장은 보유 주식 중 일부(각각 19만2735주, 10만2888주)를 자사주로 증여할 계획이다. 증여 후 자사주는 기존 자사주 570주를 포함해 총 29만6193주가 되며, 김 대표와 최 사장 지분율은 각각 16.17%(345만9130주), 11.40%(243만9062주)가 된다.

공모 주식 수는 기명식 보통주 230만주다. 7~8일 수요 예측을 거쳐 13~14일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 예상금액은 265억원~299억원이다. 공모 후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30.2%(716만5855주)가 될 예정이다. 공모 신주는 9.7%(230만주)를 차지한다.

김 대표와 최 사장의 보유 주식은 2년 6개월간 보호예수되나 상장 후 1년마다 발행주식 총수의 1%(21만3945주)씩을 매도할 수 있다. 배당 계획에 대해 최 사장은 “아직 한 번도 배당을 안했다”라며 “최종 결정 사항은 아니지만 내년 3월에 배당을 많이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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